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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희 Jul 03. 2020

끈적한 가족애를 느껴보고 싶다면!

[스위치 게임 리뷰]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U 디럭스

"그 아이템 내가 먹어야 하는데! 당신이 먹으면 어떡해!"

"나도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해"


“앞으로 빨리 가! 아빠 죽잖아~~”

“나도 가고 싶은 데 갈 수가 없다구!!!”


어느새 집 안에 고성이 오간다. 아이템과 목숨 하나에 일희일비하며 세 식구가 게임에 열을 올린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즐기는 우리 가족의 풍경이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어느새 30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오는 9월 탄생 35주년을 맞는다. 나도 아내도 어릴 적부터 즐겨온 게임이다. 난 초딩 시절 친구 집에서 패미컴으로 가끔씩 마리오를 즐겼고 아내는 친척 집에서 즐기다가 나중에는 게임기를 물려받았다고 했다.


성인이 된 후에는 Wii를 통해 마리오 브라더스를 다시 만났다. 스테이지에서 혼자서 플레이했던 전작들과 달리 최대 4명까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신혼 때는 퇴근 후 아내와 신나게 마리오 브라더스를 플레이했다. 혼자보다 “함께” 하는 즐거움이 컸다. 협력 플레이를 통해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보스를 이길 때의 쾌감이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함께 하는 즐거움을 통해 한 단계 진화했다.


추억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고인물 엄빠, 뉴비 아들


우리 부부에겐 7살이 된 아들이 있다. 우리 집 게임 보이. 이제 집에는 Wii 대신 닌텐도 스위치가 들어왔고 우리 세 식구는 <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U 디럭스>를 함께 즐기게 되었다. 아들과 함께 게임이라니, 아들 둔 아빠의 찐! 로망이다. 게다가 30년 전 아빠가 즐기던 게임을 아들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은근 감동이다.

 

하지만 어린 아들과의 게임이 늘 유쾌한 것은 아니다. 아직 조작도 미숙하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아들에게 슈퍼 마리오는 쉽지 않은 과제다. 이미 고인물인 아내와 나는 아들의 존재가 거추장스러워졌다. 빨리 스타코인도 먹고 보스도 처리하면서 진도를 빼야 하는데 아들이 늘 걸림돌이 된 것이다.

 

“너 이럴 거면 게임 하지마!”


게임이 뭐라고. 철없는 부모는 뉴비 아들을 윽박지르는 수준에 이르렀다. 아들은 금세 표정이 일그러지며 울음을 터뜨린다. 가족 간 실력 편차가 크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화목했던 가족이 애증의 관계가 된다.


뉴 캐릭터, 톳텐과 키노피코(피치공주)

 


신의 한 수, 톳텐


다행히도 U 디럭스 버전에는 유저를 배려한 특별한 캐릭터가 있다. 톳텐과 키노피코이다. 톳텐은 적에게 닿거나 공격을 당해도 죽지 않는 무적이다. 키노피코는 피치공주로 변신할 수 있는데 점프력이 좋고 체공시간이 길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처음 즐기는 유저들이나 아이들은 이 두 캐릭터를 활용하면 조금은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사실 뒤로 갈수록 게임 난이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톳텐이나 키노피코가 필요한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잦은 구박에 시달리던 아들은 톳텐을 선택해서 플레이했다. 그렇게 점차 조작이 익숙해지고 게임에 대한 경험치가 쌓이더니, 얼마 후에는 마리오나 루이지로도 능숙하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 시작했다. 나도 스테이지를 깨기 힘들어 스트레스 받을 땐 종종 톳텐으로 플레이했다.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톳텐 덕분에 가족의 평화가 지켜졌다.




닌텐도의 명품 게임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꼭 가족이 함께 즐겨보길 권한다. 요즘의 모바일 게임처럼 복잡한 요소들도 없고, 플레이 방식이 단순하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다. 점프하고 적을 밟고 아이템과 코인을 먹는 일이 전부다. 그렇다고 아이들이나 하는 유치한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게임의 즐거움을 장인 정신으로 켜켜이 쌓은 명품 게임이다.



30년 이상 누적되어 온 기발한 아이디어와 노하우가 게임 곳곳에 묻어난다. 평원과 사막, 바다, 얼음나라, 절벽, 화산 등 다양한 주제의 배경과 각양각색의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스테이지들은 게임의 재미를 풍성하게 하며 유저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어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실패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이 내심 뿌듯하게 느껴진다. 성장하는 기쁨이랄까.




가장 큰 즐거움, 함께 하는 가족!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협력하며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다. 서로 돕고 배려하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 느껴지는 성취감이 짜릿하다. 물론, 화도 나고 짜증 날 때도 있지만 그마저도 가족이 함께 하기에 가능한 순간이다. 서로 핸드폰만 하고 소통하지 않으면 화낼 일도 짜증 낼 일도 없다.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미안해하기도 하고 고마워도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그 모든 과정이 가족의 정을 돈독히 쌓아가는 시간이다.



가족들과 더 많이 소통하며 끈적한 가족애를 느껴보고 싶다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해보시라. 힘겨운 시간을 함께 극복하고 마침내 엔딩을 보는 순간, 이미 가족 안에 끈끈한 동지애가 충만할 것이다. 다만, 한 가지는 꼭 기억하고 게임에 임해야 한다. 부모로서 자녀에 대해 인내와 용서의 미덕을 가져야 한다는 것. 자칫 아이들이 ‘다시는 아빠랑 게임하지 않을거야!’하고 선언하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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