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름길과 두름길 사이에서

길 위의 나

by 소원상자

자연이 아무 대가 없이 건넨 선물 같은 바람의 힘과 관대한 자비로 내게 닿은 꽃. 나무. 바람 냄새와 동행하는 길

나는 빨리 갈 수 있는 길을 애써 둘러갈 것인지 나 자신에게 묻고 있다. 결국엔 아마도 시간을 버린다는 이유를 찾아 두름길보다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지름길을 사랑하겠지만.


나는 둘러갈 길에 터벅터벅 흩어지는 시간을 소중히 모아 담고 버림이 아닌 찾음이 되도록 나 자신에게 예의를 다하겠다고 다짐해 본다.


온 마음 다해 감정에 충실하고 솔직하되 진실할 것

기쁨엔 진심으로 기뻐하고 고뇌의 순간에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할 것.

현재의 기쁨에 지나치게 취하지 않고, 사랑하는 이의 부재엔 내 몸 휘청거릴 정도로 슬퍼하진 말 것 등을 약속해 본다.


내가 지름길대신 택한 두름길에서 스스로와 서약한 것들이 이 순간의 결심에 그치더라도 지나치게 자신을 탓하거나 비난하지 않을 것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 길 위에서 얼마만큼 나를 드러내야 하는지 또 얼마나 나를 숨겨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더라도.


나의 말 한마디 너의 말 한마디 우리의 말 한마디는 내 귀로 내 머리를 통과해 내 가슴속 깊숙한 곳에 단단하고 안전하게 정착하길 바라며.

부지런히 잊고 또 잊더라도 영원한 기억상실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