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렛대

by 소원상자

돌은 오래
자기 무게를 모른 채 있었다


비가 표면을 닳게 했고
이끼가 시간을 초록으로 남겼다

아무도
그 아래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마른나무 한 토막이
먼저 누웠다


눕는다는 것은
부러질 쪽을 먼저 갖는 일


돌 아래
손톱만 한 돌조각 하나
누가 두었는지 모른다


그 위에
결이 눌린다


밀었다기보다
기울기가
갈 곳을 찾는 듯


나무의 결이
천천히 길어지고


돌은
아주 잠깐
땅을 잊는다


들린 것은
닿아 있던 자리였다


흙이 비켜나며
낮은 소리를 냈다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작은 이동


해가 기울자
돌은 다른 그림자를 갖는다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새 자리가
조용히 굳는다


나무는
다시 마른나무가 되고
돌은
다시 돌이 된다


다만
한 점


땅의 기억이
아주 조금
어긋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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