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안

by 소원상자

아침이 아직 산등성이를 넘기 전
나는 눈을 멀리 놓아둔다

그러면 천 리 밖
버드나무 가지가
바람에 한 번 접히는 것도 보이고

강 위에 떠 있던 작은 배가
노를 거두고
저녁 쪽으로 미끄러지는 것도 보인다

지붕 위의 새 한 마리
고개를 한 번 접었다 펴며
하루의 끝을 미리 살펴보고

물결 몇 줄기가
바람이 지나간 뒤를
조금 늦게 따라간다

멀리 있는 것들은
이렇게 또렷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그 모든 것을 바라보는 동안
방금 어디에 두었는지

내 안경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막 떠올랐다가 사라진 생각 하나는
오래된 별빛처럼
이미 지나간 뒤에야
내 눈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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