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 저녁
부엌 아궁이 불빛 아래
밤고구마 몇 알이
검은 냄비 속에서 익는다
껍질은 그을려
거의 검어지고
갈라진 틈마다
김이 오른다
손으로 쪼개면
속이 열린다
어머니는
동치미 항아리에서
국물 한 사발을 떠 오신다
찬 물속에
무 한 토막이 잠겨
희게 떠 있다
밤고구마를 한 입
국물을 한 모금
뜨거운 것과 찬 것이
입안에서 마주친다
몸이 먼저 풀린다
세상에는 오래된 짝이 있다
불을 지나온 것과
찬 물속에 있던 것
한 상 위에 놓이면
밤이 덜 춥다
뜨거움 하나
맑음 하나
곁에 두면
혼자가 아니다
혼자서는 계절이 되지 않는다
그 겨울에는
어머니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