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큰 그림을 보라’는 말을 듣는다.
긴 인생전체를 봐도 일에서도, 예술에서도, 전체적인 조망은 중요하다.
하지만 큰 그림은 멀리 있다고 해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부분’에 집중할 때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 끼 식사를 준비할 때도 재료를 어떻게 손질했는지 불 조절을 잘했는지 간은 적당한지 육수를 사용했는지 맹물인지 등 작은 요소에 정성을 들이다 보면 식탁에 올라온 음식은 아주 조화롭게 맛있다.
이처럼 부분에 충실하면 전체는 자연스럽게 빛난다.
이 원리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통한다.
우리는 가족 전체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그걸 바라지만 사실 그것을 위해서는 가족 간의 끊임없는 관심과, 대화와 이해의 축적에서 비롯된다.
가족의 표정과 컨디션을 살피고 피곤한 하루를 헤아리는 것, 그런 ‘부분’에 집중할 때 비로소 가정이라는 전체가 건강하게 유지된다.
글을 쓰는 일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써야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문장과 단어 하나하나에 진심을 담아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전체적인 흐름이 살아나고 글의 맥락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욕심을 가지고 글을 쓰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방향을 잃고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경험을 종종 했기 때문이다.
전체를 바라보며 방향을 잡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결국 나의 ‘지금 이 한 줄’을 충실하고 진솔하게 쓰는 일일 것이다.
전체를 잘 이해하고 완성해 가는 길은 언제나 작고 구체적인 부분에서 시작되고 그것을 위해 더욱더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삶도 그렇다. 부분에 집중하는 것은 순간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 순간들이 모여 결국 삶이라는 전체가 완성된다.
그러니 조급하게 전체를 바라보려 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지금 내 손에 닿은 작은 일, 내 눈앞에 있는 사람, 오늘의 내 감정에 집중할 때 우리는 전체를 더 깊이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