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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언어가 될 때

by 소원상자

말로 전달하기 어려운 때가 있다.

말로 사랑을 고백하고 위로를 전하고 존재를 증명하려 하지만 진짜 사랑은 침묵 속에서 자란다.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 다정한 눈빛, 기다림과 이해, 이 모든 것은 소리 없는 언어이다.




말은 인간관계를 잇는 익숙한 도구이지만 오히려 말이 방해가 되는 때도 있다.

마음이 깊은 순간에는 오히려 말이 사라지고 오랜 침묵 끝에 마주한 눈빛 속에서 차마 꺼내지 못한 말들이 조용히 흐른다.

누군가의 절망이나 슬픔 앞에서 조심스레 입을 닫고 대신 두 손을 잡아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는 게 더 나은 것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침묵의 온도가 존재하는 것 같다.

어색한 침묵은 마음을 멀게 하지만 편안한 침묵은 오히려 마음을 가깝게 한다.

고요함 속에서 나는 가장 인간적이고 안정적인 교감을 나눈다.

말이 사라질 때 오히려 내 마음이 진심을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앉아 같은 것을 바라보는 순간 그 침묵은 공허가 아니라 온전한 공감이 된다.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과 함께 쌓여가는 시간 속에서 침묵이라는 언어가 자라기 때문이다.

침묵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말보다 깊은 곳에서 흐르는 마음의 목소리, 그건 오직 느껴 본 사람만이 들을 수 있다.




침묵은 피하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말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또는 그저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기 위해 나는 침묵을 택할 때도 있다.

침묵이 말보다 따뜻하게 느껴질 때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는 가장 진실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음을 안다.

말은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침묵은 그 문 안으로 들어간다.




침묵이 언어가 될 때 나는 말로는 도달하기 힘든 곳에 닿기도 한다.

마음이 마음에게 속삭이는 그 순간 온갖 미사여구로 덧칠을 할 필요 없는 진짜 대화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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