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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환자에게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말들

by 소원상자

우울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이다.

우울은 단순히 기분의 침체 역시 아니다.

우울은 의지의 나약함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동시에 신호를 보내는 절규다.

살아있음 자체가 피로가 되는 상태의 연속, 이것은 억지로 꾸며질 수 없는 실제로 몸과 뇌, 신경계가 앓고 있는 질병이다.




처음에는 내 투병기간이 길어지면서 우울감이 동반되었겠지라고 가볍게 생각해 진료를 받아 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늘이 전혀 행복하지 않고 내일이 제발 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던 매일매일이었는데.

발열이나 상처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마음이 신호를 보내는 그 고통은 훨씬 더 깊고 은밀하게 사람을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우울증이 있다고 고백하는 순간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의지문제지’ 세상에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가볍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의지문제로 치부해 버리기엔 우울은 그 무게가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우울은 캄캄한 어둠 속의 바다 같다.

표면은 고요해 보이지만 그 밑바닥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심연이다.

그곳에 빠져든 사람은 빛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한 채 허우적거린다.

심장은 무겁게 가라앉고, 생각은 흐릿한 안개에 갇히며, 몸은 점점 더 고요한 침묵을 닮아간다.

그러나 병이라 부르면 달라진다.

병이라면 치료할 수 있고, 병이라면 손내밀 수 있다.

감기에 걸린 사람이 기침하는 것을 부끄러워해 숨기지 않듯 우울에 빠진 사람도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과 눈물을 전혀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병은 숨길 것이 아니라 드러내놓고 돌봐야 하는 것이다. 숨긴다기보다 굳이 말하지 않는 이유는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일 것이다.

병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내뱉는 칼같이 아픈 말들로 끌어낼 모든 힘을 끌어 모아 힘을 내보려는 환자가 더 고립되고 숨지 않길 바란다.




숲 속에 길을 잃은 나무도 결국은 햇빛을 받는다.

겨울 끝자락에서 얼어붙은 강물도 기다리면 봄이 오고 햇빛을 받고 천천히 녹아간다.

우울도 그렇다.

지금은 깊고 어두운 밤 같아 절망스러워도 그것은 결코 끝이 아니다.

그 사실을 믿는 순간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그 첫 발자국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처럼 우울의 늪에 빠졌던 사람들이 내일이 기대되는 기쁨을 느껴보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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