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벗는다
몸보다 먼저 눅눅해진 것은 말들이었다
수도꼭지 아래서 나는 소매를 걷지 않고 피한다
젖는 일보다 드러나는 일이 먼저라서
물은 묻지 않는다
어디서 왔는지 누구의 것이었는지
그저 때가 풀릴 때까지 온도를 유지할 뿐
주머니에서 접히지 않은 것들이 빠져나온다
계산 끝난 숫자, 돌려보내지 못한 시간과
문장으로 가지 못한 생각들
세제는 눈대중으로,
손은 필요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다 보면
얼룩보다 기억이 먼저 얇아진다
끝내 남는 자국 앞에서 나는 힘을 덜 쓴다
사라지지 않는 것들은 한때 숨이 붙어 있었고
그런 것들은 지워지는 데에도 각자의 속도가 필요하므로
물속에서 어제의 내가 풀어져 나온다
완전히 될 생각은 미뤄 두고
본빨래 전까지 오늘을 젖은 채로 걸어 둔다
탈수는 하지 않는다
마르지 않는 흔적 하나쯤 남겨 두는 것이
내일을 너무 빨리 닳지 않게 하는 법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