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들어 속이 비어 보인다고
무를 탓하지 마라
바람이 들었기에 더 가볍게 세상을 굴러
먼 곳의 햇빛을 기억한다
겨울의 칼날을 건너느라
살이 한 번쯤 느슨해졌을 뿐
그 틈으로 찬 공기가 오가며
무는 시간을 더 버텼다
칼끝에 닿으면 하얗게 드러나는 결,
그 결마다 겨울이 있었다
비어 있어서가 아니라
비워내며 지나온 계절의 음색
국에 넣으면 처음엔 흐물거리다
마지막에 남는 단맛
자기 몫의 추위를 끝까지 데워낸 결과겠지
그래서 속이 빈 것들은 대개
겨울을 품고 있다
그러니 바람 든 무라도 버리지 마라
허기는 다음 끼니의 이름으로
기다림이라는 불 위에서
조용히 남을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