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치의 아침은 비늘로 열린다

바다에서 사람에게로

by 소원상자

새벽 다섯 시, 바다는 아직 잠에서 덜 깼는데

자갈치는 먼저 눈을 뜬다

고무장화 속으로 스며든 물기,

경매사의 목소리는 파도보다 먼저 부서지고

은빛 생선의 비늘이 아침 햇살을 대신해 반짝인다




여기서는 물고기도 이름을 얻기 전

값부터 매겨진다지만

아주머니의 손등 위에 얹힌 갈치 한 토막에는

밤새 치열하게 바다를 헤쳐 건너온 시간이

아직 따뜻하다

싱싱하다는 말 한마디에 바다는 다시 살아나고

칼끝에서 튀는 물비늘은 기도처럼 바닥에 흩어진다




자갈치에서는 울음도 웃음도 젓갈처럼 숙성된다

사는 일의 짠맛이 혀끝에 오래 남아도

따끈한 국물 한 숟가락에 또 하루를 살아 낼

힘이 생긴다




정오가 가까워지면 비린내는 사람 냄새가 되고

시장 골목 사이로 항구의 말씨가 번진다

이곳의 언어는 늘 현재형이라 오늘이 가장 싱싱하다

이곳은 이유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버텨온 흔적을 비늘처럼 내어줄 뿐

그래서 이 시장의 아침은 언제나 바다에서 시작해

사람에게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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