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지금 세공 중

by 소원상자

아직 불리지 않은 이름

작업대 위에서

너는 방향이 된다


망치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반복한다


반복은

설명보다 정확하다


처음 떨어져 나간 것은

모서리였는지

자존심이었는지

구분이 흐리다


돌가루는

네가 줄어든 만큼 쌓이고

줄어드는 일과

또렷해지는 일은

같은 동사로 남는다


불은 쇠를 붉게 만들고

쇠는 잠시 물러난다

그 물러남이

단단함이 된다


비교는 치수 없는 자로

너를 재고

기대는

아직 오지 않은 형태를 요구한다


왜 나만 깎이는가 묻는 동안에도

망치는 멈추지 않는다


세공사는 서두르지 않는다

서두른 자리에는

결 대신 흠이 남는다


오늘 떨어져 나간 조각은

애도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네가 아니어도 되는 부분이었다


완성은 쉽게 오지 않는다

다만

덜 거친 표면이

더 많은 빛을 견딘다

그 빛은

네가 깎인 자리에서 오래 머문다


너는 아직

결을 배우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화수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