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명렬 배우님 강의
일주일에 한 번 세종문화회관에 가는 날.
아침부터 퇴근 후 일정을 생각하면, 괜히 설레면서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칼퇴근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아이들과 저녁을 먹고 다시 집을 나선다.
보통 걸어서 또는 자차로 출퇴근을 하기 때문에 평일 대중교통을 이용할 일이 잘 없는데, 평일에 버스를 타고 어딘가에 가는 기분도 낯설지만 즐겁다.
오늘은 남명렬 배우님께서 강의를 해주시는 날이다.
누군가 하고 찾아봤더니, 무척 낯이 익은 유명한 분이다.
"경험해 보세요, 드신 날과 안 드신 날의 차이."
tv속 배우님을 직접 눈으로 봤을 때의 느낌은 확실히 얼굴이 작다는 것이다.
둘째 아이를 따라 촬영장에 몇 번 따라다니며 만났던 배우님들 모두 생각보다 비율이 좋고, 얼굴이 작았다.
남명렬 배우님 역시 큰 키에 멋스럽게 나이 든 매력적인 비주얼을 가지고 계셨다.
"연극을 왜 하려고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강의가 시작되었다.
배우님은 대학 연극 동아리에서 연극을 처음 접하고, 졸업 후 제약회사의 영업부 직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대전지역의 극단에 소속되어 작은 역할을 쭉 해오셨다고 한다. 서울로 발령받아 일을 하다가, 너무 일이 맞지 않다고 느껴져 퇴직 후 대전으로 내려가 본업으로 연극을 하시다가 연출자의 눈에 띄어 서울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서 서울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기 시작하셨다.
인간은 누구나 존재감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는데, 배우님의 경우 연극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잘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연극은 다른 예술, 음악이나 미술, 춤처럼 재능을 타고나야 하기보다 말을 할 수 있으면 도전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접근이 쉽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연극이 끌렸을까.?
존재감의 확인이라는 표현에 강한 긍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잃어버린 나를 찾고 싶어서 연극이 끌렸던 것이니까, 결국 내 존재를 찾고 싶었던 거다. 나를 확인하고, 내 존재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연극에서라면 또 다른 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배우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것"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첫째. 문장의 이해능력
배우는 대본을 읽고, 그것을 전달한다. 말할 때, 화자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어떤 감정으로 말해야 할지 겉으로 표현된 대사 뒤에 숨은 서브텍스트를 알아야 한다. 같은 말이라도 의도와 감정에 따라 완전 다른 표현이 된다. 서브텍스트를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인물과 상황의 전후관계를 잘 파악해야 하고, 그걸 잘 알기 위해서는 독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째. 타인과의 소통능력
연극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연출진과 동료 배우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캐릭터와 상황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소통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타인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도 필요하다.
셋째. 자신의 객관화
내가 어느 위치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대 위는 개인의 나와 배역의 내가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연기는 감성의 영역일 것이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무대 위 연기는 철저한 약속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이성의 영역이다. 그래서 무대에서 애드리브는 절대 금물이라고.
넷째. 내 안의 자의식 버리기
연출이나 타인을 의식하면서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자의식인데, 이 자의식으로부터 빨리 탈출해야 한다. 어렸을 때 잘 나오던 아역배우가 어느 정도 자란 후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자의식이 발달하면서 그것을 이겨내지 못한 경우라고 한다. 가만 보니, 나의 둘째 아이도 자의식이 발달하면서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썼었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 대신 내가 연기에 발을 들였다.^^.
연기는 매번 새로운 캐릭터와 상황을 연기해야 하기 때문에 노하우라는 게 좀처럼 쌓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경력이 많은 배우나, 짧은 배우나 비슷한 상황이라고. 그래서 더욱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재능을 가진 사람이 늘 이기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최후의 승리는 큰 재능은 없지만,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있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사람의 것이 된다."
연극은 타 장르보다 준비할 게 무척 많은 만큼 공연을 준비할 시간들이 걱정되면서 또 기대가 된다.
나는 연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