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가다의 작은섬 Nov 23. 2022

내 삶의 여행자, 아가다「크눌프」

나의 대답은?. (2022.10.27. 금)

p.s. 개인적으로 조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틈틈이 작가님들 글을 읽지만 댓글과 답글을 할 수가 없어요.


얼른 정리하고 돌아올게요^^♡♡


   



몇 권 읽은 헤르만 헤세의 책 중에서 「크눌프」 그나마 쉽고 가벼운 듯한 책인 것 같습니다. 헤세의 엄청난 사유가 넘쳐나는「데미안」 「싯다르타」 보다는 쉽고 익숙한 언어로 풀어져서 그런지 가볍게 읽혔습니다.


여행자 「크눌프」, 그는 자신의 몸과 수첩만 가지고 이곳저곳 자유로이 여행합니다. 어느 지역을 가든 친구들이 있고, 그들은 크눌프에게 언제나 친절합니다. 아니 친절함을 넘어 그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을 영예로 여깁니다.


소설의 시작은 몸이 병든 크눌프가 쉴 곳을 찾아 레히슈테덴에 살고 있는 무두장이 에밀 로트푸스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무두장이는 아낌없이 크눌프를 대접합니다. 그곳에서 고향을 떠나 향수병으로 힘들어하는 시녀에게 위로를 전하고 그는 다시 길을 떠납니다.





『그는 장기간에 걸친 계획이나 약속 따위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다음 날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되면 그는 불편을 느꼈다.』

(크눌프 13p 헤르만 헤세)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는 삶,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와 약속을 잡거나 함께 계획하는 것이 불편하고 불안해졌습니다.


무수한 변수 속에서 나만의 계획은 오로지 내가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지만, 타인과의 약속은 내 마음대로 수정하고 변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와 미리 약속하는 것이 불편해서 언제부터인가 ‘번개’를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하하하  




『무두장이는 약간의 질투심을 느끼며... 중략... 그저 구경하는 것 외에는 삶에 대해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이 독특한 친구에 대해 곰곰 생각해 보았다... 중략... 매일매일을 일요일처럼 살았다.』

(크눌프 31p 헤르만 헤세)     


무두장이는 크눌프에게 이제 그만 결혼하고 한 곳에 정착하여 안정된 삶을 살아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자신의 일을 하고 한 곳에 정착하여 사는 평범한 삶이 크눌프를 볼 때면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자신은 어딘가 얽매여 사는 같아 무두장이는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삶, 자유롭게 사는 크눌프의 삶에 약간 질투가 났습니다.


저도 무두장이처럼 잠시 눈을 돌려 다른 이들을 삶을 바라볼 때, 내 삶에 의문이 생겨납니다.


‘나 제대로 살고 있는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작은 곡선을 그리며 사라져 버리지. 그래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것이 금세 다시 사라져 버릴 거라는 두려움도 느끼게 돼.』

(크눌프 69p 헤르만 헤세)     


올해 유독이 떠나가는 가을을 붙잡아 두고 싶습니다. 어린 날, 어른들이 단풍을 보고 감탄할 때 함께 공감하지 못한 마음, 이제야 그 마음이 헤아려지나 봅니다.


붉게 물든 단풍은 언제가 낙엽이 되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걸까요?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는 해는 그 찬란함이 잠시 머물다 가기에 아름다운 걸까요?


들녘에 피어난 코스모스는 가을을 지나면 떠나가기에 아름다운 걸까요?


내 인생도 언제가 사라지기에 행복하면서도 고통스러운 걸까요?




『계획하고 생각한다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는 일이야. 사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않거든. 실제로는 바로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매 순간 아주 무분별하게 행동한다고.』

(크눌프 71p 헤르만 헤세)     


『그날 이후 고독이 완전히 나를 떠난 적은 없었다.』

(크눌프 90p 헤르만 헤세)     


『아직도 여전히 여행 중이지. 나이가 들면 사람은 익숙한 일을 계속하는 범이니까.』

(크눌프 95p 헤르만 헤세)     


『삶은 얼마나 단순하고 명확했던가! 당시에 그는 아무렇게나 행동하면서 더 이상 어떤 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삶은 그에 동의했고,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는 국외자였다. 배회하며 구경하는 사람이었다. 아름다운 날에는 사랑받았으나 이제 병들고 나이 들자 혼자 남게 되었다.』

(크눌프 122p 헤르만 헤세)     


『이 모든 일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아직도 모르겠느냐? 네가 근심 걱정 모르는 방랑자가 되어 이곳저곳에서 어린아이 같은 행동과 어린아이의 웃음을 전달해 주어야만 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겠니?』

(크눌프 133p 헤르만 헤세)


첫사랑? 에 실패하고 여행자의 삶을 산 크눌프, 병든 몸을 이끌고 그 삶의 시작이었던 곳으로 삶의 끝을 위해 찾아갑니다. 눈 덮인 골짜기에 몸을 누워 죽어가면서 하느님에게 질문합니다.


‘내 삶은 의미가 있었나요?’   




『그럼 모든 게 좋으냐?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느냐?... 중략... 모든 것이 제대로 되었어요.』

(크눌프 135p 헤르만 헤세)


하느님과의 대화에서 삶의 의미를 찾은 크눌프는 웃으면 떠나갑니다. 나의 마지막 순간 나는 어떤 대답을 늘어놓을까? 궁금해집니다. 여러분도 함께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알아차림. 나는 삶의 여행자, 삶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


매거진의 이전글 허영심 가득, 철학하는 아가다「퇴근길 철학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