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베란다 밖을 바라보니 온통 하얀 세상이 되었습니다. ‘밤새 눈이 내렸구나. 아이들 등굣길과 남편 출근길 걱정이 앞서는 나는 낭만과 거리가 먼 중년 여자’라는 생각에 잠시 머릿속을 스치며 입가로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옵니다.
무엇인가 계속 도전을 해야 될 것 같은 불안함 앞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존재 자체로 가치 있는 사람이야.’라는 확언을 되새기는 나날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나는 정말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걸까? 내 안에 의문이 생겨났습니다.
엑셀을 켜고 내가 지금 하는 일들을 기록해보았습니다. 글쓰기(브런치 작가), 유튜브 영상 업로드, 하루 30분 독서, 학회 독서모임, 낭독 독서모임, 본질 육아 독서모임, 무료상담, MBTI 스터디 모임, 대학원 입학 준비, 청소년상담사 면접 준비, 기타 자격증 공부, 부모 또래상담자원봉사자 모임, 회사 다니기, 상담자원봉사자 활동, 감칭계모임, 집안일, 가족 식사 준비, 세로토닌 모닝....
‘헐.. 무진장 많이 하네..’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하잖게 느껴지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나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인지적 왜곡들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것을 하나씩 알아차리는 순간부터 치유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새벽시간이 좋습니다. 마냥 멍 때리고 앉아 있어도 내가 치유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저는 제가 하는 일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며 나에게 감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기록들을 통해 생각보다 하루 동안 많은 일을 하는 나를 발견하였습니다. 이토록 ‘열심히 살아가는 나’를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욕심 (欲心/慾心)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 욕심이 나다.
바람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이 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혹시 저와 같은 마음으로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내는 분이 계신다면 '나의 하루를 기록'해보세요. 숨 쉬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아주 특별하고 많은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