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그런 적 있었어?

나보다 더 용감한 아네스 (2022.12.30. 금)

by 아가다의 작은섬




‘엄마, 엄마도 어릴 때 친구 관계 때문에 고민한 적 있어?’

‘그럼~ 지금도 고민하는데~’

저녁 식사 시간에 아네스가 저에게 질문합니다. 그리고 고민하나를 털어놓습니다. 친구 한 명이 유독 자기만 차별하듯 대해서 본인이 무시받는 것 같아 화가 난다는 것입니다.


또 본인 일도 아닌데 자꾸 자신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다는 겁니다. 그리고 잠자리에 누웠는데도 계속 고민스러운지 저녁밥을 먹을 때 했던 대화를 이어갑니다.




<아네스의 친구관계 고민상담>


아네스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매일 학습지 숙제를 내줍니다. 그리고 문제가 틀린 친구들은 남아서 오답을 모두 수정해야 집으로 귀가할 수 있어요.


아네스도 종종 남아서 학습지 오답을 수정하는데,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는 위로를 하는데 자신에게는 좀 잘하지 왜 남았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의 행동이 다른 친구와 자신을 차별하는 것 같고 자신을 무시한다는 겁니다.




저 아가다, 비폭력 대화를 배운 여자!

그래 지금 아네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무엇! 비폭력 대화! 바로 실천해 봅니다.(^^*)


나 :‘아고고 우리 딸, 친구가 차별하는 것 같고 무시하는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많이 상했구나’

아네스 : ‘응. 나한테만 그러잖아.’
나 : ‘그랬구나. 너한테만 그러는 것 같아서 더 속상했구나.’

아네스 : ‘응. 그래서 내가 이건 내 일이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네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라고 말했어. 그래도 기분이 나빠’


나 : (아이의 마음은 아는데 말로 표현하기는 굉장히 힘듦) ‘음~ 그래도 기분이 나쁘구나. 친구가 그런 게 행동했을 때 네 마음은 어땠어? 어떤 감정이 들었어?’

아네스 :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기분 나빠’


나 : ‘음~ 그런데 아네스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잖아? 왜 무시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아네스 : (잠시 당황)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나 : ‘그래, 아네스 너에게 질문해 봐. 내가 왜 무시받는다라고 생각했을까 하고’

아네스 : 응


이렇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우리는 잠이 들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네스에게 살며시 묻습니다.


나 : ‘아네스 어제 엄마랑 이야기했던 거 생각해 봤어?’

아네스 : ‘응’
나 : ‘그래?! 혹시 네 마음이 어떤지 엄마한테 이야기해 줄 수 있어?’

아네스 :‘응, 내가 남아서 학습지 고치는 게 나 스스로도 내가 싫었는데 그 마음을 친구한테 그랬던 것 같아’
나 : ‘우와~ 아네스 너 정말 용기 있는 아이다. 그걸 알아차리고 인정했다는 말이야?! 그렇게 인정하는 거 어른도 쉽지 않은데 너 대단하구나. 그래서 아네스는 이제 어떻게 하고 싶어? 네가 원하는 건 어떤 거야?’

아네스 : ‘내가 더 노력해야지. 남아서 공부하지 않도록. 그리고 37문제 중에 9문제 틀린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느낌이란 외부나 내부의 자극에 대해 우리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느낌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알려주는 경보기 같은 존재로, 욕구가 충족되었는지 그렇지 못한 지의 상태를 알려주는 메신저 역할을 한다.』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을 위한 비폭력대화 NVC1)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순수하고 용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자 니체가 어린아이와 같은 긍정적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나 봅니다.


자신의 생각 뒤편에 있는 숨은 감정을 찾아낸 것도 놀랍지만 조금 불편할 수 있는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했다는 것이 대견스럽습니다.


더 나아가 상대가 나의 욕구를 충족해 주길 바라기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까지 찾은 아이를 무척이나 칭찬했습니다.


비폭력대화, 어설픈 기술(?)로 아네스의 공감하려고 노력하는 나의 부자연스러움이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배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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