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을 부르는 배움<비폭력대화>

나만의 기술 (2023.1.18. 수)

by 아가다의 작은섬





『비폭력대화의 첫 번째 요소는 평가와 관찰을 분리하는 것이다.』

(비폭력대화 69p)


배운다는 것은

가족과 대화할 때, 못되게 말하는 나의 대화법을 바꾸고 싶어 고민하던 차, 학회에서 비폭력대화 NVC1 과정이 개설된다는 소식에 얼른 수강신청을 했습니다. 주 1회 하루 3시간씩 꼬박 수업을 듣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생각과는 다른 현실

배웠으면 일상에 녹여야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그게 참 내 뜻대로 되지 않아요. 가족과 잘 지내고 싶어서 배운 대로 실천하는데 더 엇나가요. 화가 나요. 노력하는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섭섭하고 속상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에게 화가 나요. 상처주기 싫어서 배웠는데 더 엇나가는 것 같아 죄책감이 생겨나요.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요. 나는 사고형이에요.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그 자극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먼저 생각해요. 이건 나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일이에요. 해결 중심 대화를 하다 보니 감정이 먼저 보이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엄마, 나 내일 치과 가는 거 무서워’
‘괜찮아. 엄마가 손 꼭 잡아줄게. 걱정하지 마.’
‘힝.. 그래도 무섭단 말이야.’
‘엄마가 꼭 손잡아 줄게’


‘엄마, 오늘 수학 문제 많이 틀려서 재시(재시험) 봤어’
‘그래? 다음부터 어떻게 하면 재시를 안 볼 수 있을까 고민해 봐.’

변화지 않는 것 같아도..

잘 보이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의 감정이, 나의 감정도 잘 모르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을까요? 내 뜻대로 되지 않아 실망스럽고 자책할 때도 많지만, 비폭력대화를 공부하면서 몰랐던 나의 감정을 하나둘씩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잘 되지 않아요. 배운 것은 3개월이고 이렇게 살아온 세월은 40십 년이 넘었습니다. 뇌가 적응도 못했어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 들이기로 했습니다. 배움 뒤 안 되는 것만 보지 말고 그래도 바뀐 하나를 보려고 해요.


아직도 저는 해결중심의 대화를 해요. 하지만 이제는 그 뒤 감정이 어렴풋이 보여요.


‘엄마, 나 내일 치과 가는 거 무서워’
‘괜찮아. 엄마가 손 꼭 잡아줄게. 걱정하지 마.’
‘힝.. 그래도 무섭단 말이야.’
‘아, 우리 딸 많이 무섭구나. 엄마도 그랬어. 엄마는 아직도 치과 가는 거 무서워.’
‘엄마도 그랬어?’
‘그럼 엄마도 많이 무서웠어. 이리 와 엄마가 안아줄게’

‘엄마, 오늘 수학 문제 많이 틀려서 재시(재시험) 봤어’
‘그래? 다음부터 어떻게 하면 재시를 안 볼 수 있을까 고민해 봐. 그런데 너 많이 속상했겠다.’
‘어.. 열심히 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어제저녁에도 늦게까지 하더니.. 네가 그 부분은 좀 약한 부분인가 보다’
‘어. 난 도형 부분이 좀 어려워’
‘엄마도 그랬어. 엄마는 구구단도 다 못 외워서 나머지 공부했다. 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괜찮아.’
‘응. 고마워 엄마’
‘엄마도 지금 공부하는 거 이해가 안 되고 어려워. 그럼 화가 나더라 ‘
‘엄마도 그렇구나.’
‘그럼, 그런데 읽고 또 읽다 보면 하나를 알게 되고, 또 읽으면 하나씩 아는 게 늘어나더라.’
‘히히, 알았어. 엄마~ 나 공부하러 간다~’

배움을 내거로 만든다는 것은

작년 11월에 시작한 비폭력대화 공부, 비폭력대화 NVC 1 과정을 마치고 매주 화요일 저녁에 연습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제 2번째 연습모임을 진행했습니다. 학회선생님들이 입 모아 말씀하시는 것이 있었습니다.


‘어렵다. (비폭력대화) 좋다는 걸 알겠는데 삶에 실천하기가 어렵다’


비폭력에서 알려준 기술을 열심히 시전 합니다. 하지만 경직된 표정과 말투에서 상대방과 연결된 대화를 하기엔 부족해요. 상대방도 알아요. 어떤 때에는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잘못 전달되기도 하고, ‘여기서는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했는데’그 기술에 맞춰 말하려고 하다 보면 도리어 내 마음과 상대의 마음이 엇갈려요.


참 우습죠?

40년을 뇌에 박았어요. 저는 사고형이에요. 거기에 비폭력대화를 가져옵니다. 순서가 좀 엇갈리면 어때요. 그래도 나와 너를 연결하려고 노력하잖아요. 책에서 나오는 상황과 내가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요.


내 삶에 기술을 초대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 6초의 공간이 있다고 빅터프랭클은 말합니다. 그 6초에 우리는 선택을 할 수 있지요. 확실한 건 나와 너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은 6초라는 공간에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많은 자극을 받아요. 그리고 많은 판단을 해요. 하지만 우리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낙엽이 떨어지네. 가을이 오나 보다’ 떨어지는 낙엽하나에도 판단을 해요.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이 있는 전철 안에 서있어요. 가만히 내 생각을 들여다보세요. 내가 얼마나 많은 판단을 하는지.. 중요한 것은 내가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거예요. 그리고 ‘아, 나 판단하고 있구나.’ 그 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도 됩니다.


10번 안 하는 것보다 1번을 멈추는 것

전 이제 자책하지 않으려고요. 내 삶에 기술을 초대한 이유는 좀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입니다. 가족과 더 웃고 싶고 사랑한다고 더 표현하고 싶고 힘들어도 같이 살아가자고 연결하고 싶어서입니다.


나는 사고형이에요. 감정보다 그 상황을 먼저 분석하고 해결하려고 하는 강점을 가지고 있어요. 비폭력대화를 배우면서 분석하는 머리에 감정이 더해지고 있어요. 혹시 감정이 먼저 보이는 사람이라면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를 통해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려는 눈을 덧입혀도 좋습니다.


내가 가진 것에 하나를 더해 내가 가진 것을 더 풍성하게 하는 것, 그것에 배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10번 하던 실수를 1번이라도 멈출 수 있다면 그것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말이 길어졌네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봐요. 혹시 배우는데 잘 실천되지 않는 것 같아 자책의 마음이 든다면, 나를 완전히 바꾸려고 하는 마음을 살짝 비켜서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세요. 나는 나예요.^^



p.s. 비폭력대화를 배웠다지만 아직도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해 가족에게 고함을 지르기도 합니다. 타인에게는 잘 되는데 정작 사랑하는 가족에 빨리 실천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폭력대화를 알 때와 알지 못하던 때의 차이는 확실히 존재합니다.


비폭력대화를 알지 못하던 때는 고함을 지르고도 분한 마음을 곱씹고 곱씹어 나와 가족을 힘들게 했습니다. 하지만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나서는 분한 마음 뒤에 숨겨진 다른 마음이 보입니다. 내 마음이 보이니 가족들의 마음도 보입니다.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하는 경우가 더 많지만 이제는 분한 마음을 오래 가지기 보다 진짜 속 마음을 읽고 다시 가족에게 연결하려고 노력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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