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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an 21. 2023

‘삶’이라는 바다「노인과 바다」

끊임없는 낚시질 (2023.1.7. 토)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 책을 마지막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는 어떤 생각을 하며 「노인과 바다」를 썼을까요? 책이란 참 신기합니다. 무슨 책을 읽든 지금 ‘내 상황’에 빗대어 사유하고 또 다른 글로 남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눈을 제외하면 노인의 것은 하나같이 노쇠해 있었다. 오직 두 눈만은 바다와 똑같은 빛깔을 띠었으며 기운차고 지칠 줄 몰랐다.』

(노인과 바다 10p 어니스트 헤밍웨이)     


멕시코 한 어촌마을, 어부로 살아가는 노인이 있습니다. 노인은 이제 고기를 잡는 날보다 잡지 못하는 날이 더 많습니다. 노인은 그래도 일상처럼 낚싯줄과 돛대를 챙겨 바다로 나갑니다. 그 옆에는 노인이 바다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년 친구가 있습니다.




『어쩌면 오늘 운이 닥쳐올는지,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 아닌가!』

(노인과 바다 34p 어니스트 헤밍웨이)     


세상에 태어나 삶이라는 바다를 살아가는 나, 노인처럼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경의롭고, 대단한 일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래요. 우리는 매일 같이 새로운 오늘을 선물 받습니다. 단지 나 자신이 그걸 모를 뿐입니다.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만 생각하란 말이야. 어리석은 짓은 해서는 절대로 안돼.』

(노인과 바다 48p 어니스트 헤밍웨이)     


잘 생각해 봅니다. 나는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는가? 몸은 오늘을 살아가지만, 생각은 천방지축입니다. 과거로 미래로 현재로 뒤죽박죽이에요. 헤밍웨이가 바랐던 것처럼 저도 오늘을 사랑하고 싶네요. 




『그 애가 옆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도와줄 수도 있고, 이걸 구경할 수도 있을 텐데』

(노인과 바다 48p 어니스트 헤밍웨이)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노인과 바다 104p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보게, 늙은이, 너무 생각하지 말게. 이대로 곧장 배를 몰다가 불운이 닥치면 그때 맞서 싸우시지』

(노인과 바다 105p 어니스트 헤밍웨이)     


나는 수시로 내일의 불행이 없기를 ‘확답’ 받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내일에게 또 묻고 물어요.


‘삶아, 나의 내일은 어떠니? 내일도 맑음이니?’
    

삶이 대답합니다. 나도 너의 내일을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겠다고 말입니다. 불안을 안고 사는 사람들 대부분이 다가오지 않은 불운을 상상합니다. 우리 아버지가 그랬고 내가 그랬으며, 그리고 우리 둘째 테레사도 그러합니다.


‘그래, 너는 확답받고 싶은 거지?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내일은 또 어떻게 될지 몰라. 지금 울면서 너를 힘들게 하지는 마’

나는 테레사를 꼭 안아주고 말합니다. 명치에 걸려있는 불안이 내려가길 바라며 등을 토닥토닥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곧 나에게 하는 토닥거림이며 말이기도 합니다. 




『희망을 버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노인과 바다 106p 어니스트 헤밍웨이)


『제발 또다시 싸우지 않아도 된다면 오죽이나 좋을까.』(노인과 바다 118p 어니스트 헤밍웨이)     


『“아무것도 없어. 다만 너는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돌아보니 고기의 커다란 꼬리가 조각배의 고물 뒤쪽에 꼿꼿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허옇게 드러난 등뼈의 선과 뾰족한 주둥이가 달린 시커먼 머리통, 그리고 그 사이가 모조리 앙상하게 텅 비어 있는 것이 보였다.』

(노인과 바다 122p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건 안돼, 내겐 운이 없어. 운이 다했거든”“그런 소리 하지 마세요. 운은 제가 갖고 가면 되잖아요.”』

(노인과 바다 126p 어니스트 헤밍웨이)     


나이가 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도움을 요청할 줄 알아야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고 합니다. 어디까지 도움이 필요하고 어디까지가 홀로서기인지 그 경계를 알아야 하고, 경계를 넘어 도움을 요청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겠지요?




『잘 드는 도살용 창을 하나 구해서 고기잡이 나갈 때 늘 배에 갖고 다녀야겠더라.』

(노인과 바다 126p 어니스트 헤밍웨이)     


사흘 동안의 사투 끝에 노인이 잡은 것은 5.5m 터나 되는 티부론 상어였습니다. 자신의 죽음과 맞서 싸운 대가로 얻은 전리품, 노인은 상어를 자신의 배에 꽁꽁 묶어 집으로 돌아갑니다.


왜 헤밍웨이는 노인이 죽음과 맞서 싸우고 얻은 전리품을 온전히 가져가게 두지 않았을까요? 노인의 진정한 죽음과의 싸움은 사흘간의 사투 끝에 고기를 잡고 나서부터입니다. 몰려드는 상어 떼에게 전리품을 뜯기고 뜯겨도 노인은 살아서 돌아옵니다. 


배에서 내려 돛을 챙기고 뒤 돌아본 그곳에는 앙상한 고기 뼈다귀만 남았어요.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소년의 도움을 받아 잠이 들어요. 그리고 다시 고기잡이를 나갈 준비를 합니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노인은 계속 늙어가고 있으며, 죽음이 바로 앞에 있습니다. 그래도 살아갑니다. 헤밍웨이는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요? 헤밍웨이가 되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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