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쓸까? (2023.1.24. 화)

by 아가다의 작은섬




어떤 책이 먼저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도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가 먼저였을 것 같아요. 제목에 이끌렸을 겁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고 읽었는지 아니면 결혼 전에 읽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어른으로 산다는 것」도 제 책장에 있습니다.


김혜남 작가님의 책을 읽으며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때문에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이 힘들었던 날.’ 눈물이 주체 없이 흐르고 우울하고 나 자신이 너무 싫고 미웠던 어느 날, 큰 결심을 하고 김혜남 작가님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환자들이 선생님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가요?”, “울음요”환자들은 나를 찾아오기까지 굉장히 많은 시간을 홀로 고통스럽게 보낸다. 그래서일까. 그들은 진료실에 들어와 내 앞에 앉으면 울음부터 터트리는 경우가 많았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71p)


저도 그랬습니다. 얼마나 망설이고 망설이다 찾아갔는지.. 정말 큰 용기를 내어서 찾아갔습니다. 당시 작가님은 인하대학교병원에 계셨어요. 대기실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 사람 중에 제가 제일 어렸죠. 제 이름이 호명된 순간, 터질 듯 한 가슴을 부여잡고 진료실로 들어갔습니다.


정말 그랬어요. 선생님과 마주한 그 순간, 의자에 앉자마자 울음부터 나왔습니다. 목이 메고 뭐가 그렇게 서럽고 억울했는지.. 울음이 넘쳐 겨우겨우 한 마디씩 토해냈어요. 하지만 당시 선생님은 많이 아팠었나 봐요.


안타까운 얼굴로 지금 자신은 건강상의 이유로 상담을 할 수 없다며, 영등포에 있는 신경정신과를 소개해주었습니다. 상담을 받지 못했지만, 그 자리에 앉아 울음으로 많은 것을 토해 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도 참 좋지만, 목차를 살펴보는데 마음에 콕 와닿는 제목들이 참 많네요.


‘딱 한 발짝만 내디뎌 볼 것’
‘처음은 누구나 서툴다.’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제발 모든 것을 상처라고 말하지 말 것’
‘공부의 즐거움’
‘그냥 재미있게 살자고 마음먹었을 뿐이다.’
‘때론 버티는 것이 답이다.’
‘힘듦 때일수록 유머를 잃지 않을 것이다.’



『그게 옳은 선택이든 아니든 이제는 결정을 내리고, 선택한 방향으로 한 걸은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가서 경험을 해 봐야 자신과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2p)

그럴 날 있잖아요. 고민 고민만 하는 날, 딱 결정해 버리면 마음이 편한데 고민만 하다가 하루가 다 가버린 날, 고민하고 결정하는 시간이 힘든 건지, 결정하고 책임지는 시간이 힘든 건지..


알아요. 불안해서 그런 거죠. 하지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이제 저는 길게 고민하지 않으려고요. 그 일을 하는 것보다 고민하는 그 시간이 더 나를 혼란스럽고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단 말인가? 내가 과연 견뎌 낼 수 있을까 두려웠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래서 일어났고, 하루를 살았고, 또 다음 날을 살았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3p)


오늘 정말 춥네요. 이 추위를 견딜 수 있을까? 싶을 때가 있어요. 코끝이 너무 시려서 '차라리 코를 잘라내었으면 좋겠다' 싶은 정도로 추울 때가 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견디며 추위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뿐이죠.


제게 인생이란 하루를 살고 또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하며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계속 배워 가는 시간인 것 같아요.



『고통과 고통 사이에는 반드시 덜 아픈 시간이 있고,』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4p)

임신했을 때 말이에요. 11시간 30분을 진통을 했어요. 초산일 경우 그보다 더한 진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엄마들이 많은데 그에 비하면 저는 짧은 시간이었죠. 이 진통이란 것이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자궁문을 두드리는 거예요.


몇 번을 두드리고 나오려고 애쓰는 거죠. 그 시간이 참 엄마에게도 아이에게도 힘든 시간입니다. 아이가 두드리다가 힘드니 잠시 쉬어가는 시간, 그 시간은 엄마가 덜 아픈 시간입니다. 죽을 것 같이 세상이 노래지다가도 아주 찰나, 2초 정도 덜 아픈 시간이 있어요. 그 시간이 있기에 아이도 엄마도 고통을 견디고 서로를 만나는 것 같아요.


삶도 그런 것 같아요. 고통과 고통 사이에 반드시 덜 아픈 시간이 있겠지요. 다만 그 고통이 너무 커서 바로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구나.. 하는 걸 보니 말입니다.



『인생을 너무 숙제처럼 해치우듯 살았다는 것이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5p)


『나 아니면 모든 게 안 돌아갈 거라는 착각 속에 앞만 보며 달려왔고, 그러다 보니 정작 누려야 할 삶의 즐거움들을 놓쳐 버렸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5p)


제가 만약 김혜남 선생님의 나이가 되었을 때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이란 제목으로 글을 쓴다면 나는 어떤 글을 쓸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게 참 궁금하더라고요. 그럼 나는 하루, 하루 살아가야겠지요. 숙제처럼 살지 말고 나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라는 착각에서 빠져나와 정작 내가 누려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아는 그런 삶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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