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가다의 작은섬 Feb 10. 2023

착각이 불러일으킨 일.「튀르키예 구호물품 모으기 」

작은 날갯짓이 태풍이 되길.(2023.2.9. 목)




‘영상이 뇌리에서 잔상처럼 재생된다.’     


마음이 아파 애써 피했던 뉴스였다. 그랬는데.. 튀르키예 축구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인 볼칸 데미렐이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튀르키예를 도와달라고 울부짖는 영상을 보고 말았다. 그날 새벽은 한참 마음이 아렸고 영상이 뇌리에서 잔상처럼 재생됐다.


간사스러운 사람인가? 인간의 양면성인가? 고요하고 평화로운 이 새벽이 눈물겹도록 감사하다.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스치듯 보았던 사진들이 떠오른다. 애써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하나, 둘 이어지는 지인들의 카톡이 그 마음을 계속 들춘다.


‘저 아는 사람 터키에 많이 살고 있는데 연락이 안 되네요..’
‘아 슬프네요. 뭐 도울께 없을까? 후원금이라도 보내야 하나.’

‘터키에 뭐 보낼 거 있으면 수거하러 갈게요. 엄마들이랑 좀 모아서 물류에서 보내야겠어요’


마침. 지난겨울, 정리해 둔 옷가지들이 베란다 한편에 그대로 있었다. 부랴부랴 깨끗한 옷들로 골랐다. 지금 당장 필요한 구호물품은 따뜻한 외투, 신발, 부추, 우비, 양말, 속옷 등 겨울옷이 필요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보조배터리나 손전등이 더 급하다고 한다. 옷가지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꾹꾹 눌러 남았다.


작은 것도 지금은 도움이 된다.

한편에 쌓아둔 것. 우리 가족이 잘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것들이 지금 튀르키예에서 필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했으면 좋겠다. 학부모회에서 지진 피해 튀르키예에 지원할 구호물품을 모은다고 소식을 듣고 나눔에 동참하게 되었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얼마뒤 메시지가 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00 기자입니다. 저희가 현재 튀르키예로 구호물품을 보내시는 일반인들의 선행 사례를 찾고 있는데, 학부모회에서 모으고 계시고 있다는 이야기가 저희 취지와 맞는 것 같아서 DM 드렸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연락 주셔도 좋고, 연락처 남겨주시면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본인 혼자 개인이 하는 거란다. 왜 착각했을까? 친구는 <학부모회장>이었고, <엄마들이랑>이라는 단어에서 나는 당연히 학부모회에서 하는 거라고 판단했다. 나의 착각이었다. 친구는 개인적으로 하려고 했는데 좋은 일인 것 같다며 바로 학부모밴드에 <지진 피해 튀르키예에 지원할 구호물품 모으기> 공지글을 올렸다.



‘착각이 불러일으킨 일이지만 작은 날갯짓이 큰 태풍이 되길..’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가볍고 싶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