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그대로 있어라.

일기장 속 나는. (2023.2.14. 화)

by 아가다의 작은섬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그곳에 그대로 있어라.』

(비폭력대화 167p)

'일기에서조차 거짓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저는) 일기 안 써요.‘


내 일기는 어떨까? 일기장 속의 나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얼마 전에 만났던 친구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네요. 나에게조차 온전히 존재하지 못하는 나. 일기장 속에서조차 온전히 존재하지 못하는 나. 일기장에 있는 나에게조차 나를 설명하려고 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조언하기 : 내 생각에는 너는 ~ 해야 해. 왜~ 하지 않았니?
한술 더 뜨기 :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나한테는 더한 일이 있었는데..
가르치려 들기 : 이건 네게 정말 좋은 경험이니까 여기서 ~을 배워
위로하기 :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최선을 다했어.
다른 이야기 꺼내기 : 그 말을 들으니 생각나는데
말을 끊기 : 그만하고 기운 내
동정하기 : 참 안 됐다. 어쩌면 좋니?
설명하기 :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심문하기 : 언제부터 그랬어? 무슨 일이 있었는데?
바로잡기 : 그건 네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야
(비폭력대화 167-168p)


어느 날은 조언했다가 어느 날은 가르치려 하고 어느 날은 동정하며 위로하고, 어느 날은 왜 그랬냐고 심문하고. 어느 날은 애써 그 감정을 끊어내려 하고. 어느 날은 감정에 감정을 더해 더 깊은 늪 속으로 빠져버리고. 어느 날은 지금의 나를 피해 옛길로 빠져버리고. 어느 날은 내 탓만 하다가 정작 공감받고 싶어 하는 나를 하나도 공감해주지 못한 글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합니다.


나를 만나는 시간. 고요한 새벽 5시. 페르소나를 가지고 글을 쓰는 작가이기보다 내 글 속에 온전히 존재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말고 일기장 속에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싶습니다. 내가 내 편이 되는 시간. 내가 나를 사랑하는 시간. 내가 나를 온전히 품어주는 시간. 내가 나를 온전히 공감하는 시간. 아무것도 더하지 않고. 아무것도 채우지 않고. 비워진 마음으로. 존재 자체로 나의 마음속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내 삶에 존재하듯 내 글에 존재하길.



돌보는 것(tending)은 돌봄의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attending)입니다. 그리고 주의를 기울여 돌보려면 현재에 존재해야 합니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대상에 다가가야 합니다. 기꺼이 준비된 상태로 대상을 의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돌봄은 부드러운 상냥함(tender)이며, 자신이 더 넓게 확장되는 것(extending)입니다.

(카밧진 박사의 부모마음공부 133p)



P.S. 이 글을 쓰고 나서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보관하고 있던 나의 기록물들을 찾아보고 싶어 졌습니다. 꾸준하게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2019년부터인데. 기록하고 싶은 날 기록한 글들도 꽤 됩니다. 그중 한 장을 펼쳐보니 그때의 나는 오늘의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네요. 살포시 웃음도 나도 도돌이표처럼 반복적인 고민을 하는 나에게 아직 딱 정의하기 힘든 감정들이 복잡하게 엮입니다. 음.. 중요한 것은 이참에 저도 제기록물 들을 글벗 @페르세우스 님처럼 한 곳에 잘 정리해 놓아야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