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거야. 내가 태어난 거라고.

나는 누구일까? (2023.2.20. 월)

by 아가다의 작은섬




따사로운 햇빛이 쏟아지는 거실. 뒹굴 거리는 나. 12시 30분을 가리키는 시계. <엄마. 오늘 점심밥은 뭐야?> 내 귀에 속삭이는 너. 자유롭고 싶다. 나도 내가 밥 차리고 싶을 때 밥 차리고. 밥 차리고 싶지 않을 때 차리지 않는 자유가 있었으면.
7시를 가리키는 시계. 책꽂이에 꽂힌 문제집. 떼굴떼굴 구르는 너. <약속한 시간 됐어. 이제 공부할 시간이야> 네게 말하는 나. 너도 자유롭게 싶겠지? 네가 공부하고 싶을 때 공부하고 공부하기 싫을 때 공부하지 않는 자유가 있었으면.




『나이, 직업, 재산, 관계까지 그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과는 나는 누구일까? 내 이름이 나는 아닙니다. 내 직업이 나는 아닙니다. 내가 맺은 관계가 나는 아닙니다. 그 어떤 꼬리표도 나는 아닙니다. 다만, 내가 하루 종일 한 선택과 결정들이 바로 내가 됩니다.』

(인생의 태도. 웨인다이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자유.

엄마 배속에 잉태될 때 내 허락이 필요했던가? 존재하는 순간부터 내 허락 같은 건 필요도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수 없는 구속으로 내 자유를 옮아 매았던 세상의 가치. 이리저리 부딪히며 살아남기 위해 나 스스로 옮아 매았던 자유. 혼자였을 때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것 같은 삶이, 엄마가 되고 아내가 되니 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그때.


‘내가 선택한 거야. 내가 태어난 거라고.’


처음부터 내 본질 속에 존재했던 자유.

아네스의 이 한 마디가. <엄마. 모르겠어요? 나는 존재하기 전부터 자유로운 존재였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아. 숨통이 확 트인 날이었습니다. 그래요. 아네스는 자신이 선택한 그 순간 태어났어요. 그래요. 그랬어요. 내 존재의 모든 것이 내 선택으로 이루어졌어요. 수많은 정자 중 하나였을 때도. 미치도록 달려가 난자 속으로 기어들어 가기로 선택한 것도. 엄마 뱃속에서 오랫동안 세상을 바라보며 나 이제 세상 속으로 나갈 테니 나를 내보내달라고 자궁문을 힘차게 걷어찬 것도 나였어요. <바로 내가! 존재 전부터. 존재하기까지 모든 것을 자유롭게 결정하고 태어났어요.> 나는 본래부터 자유로운 존재였어요.


너무 오랫동안 잊어버렸어요. 분명히 내 존재본질 안에 가지고 있었을 <자율성> 너무 오랜 시간 꼭꼭 묻어두고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겨우내 패딩 점퍼 속에 잠들어 있던 <돈>을 발견했었을 때의 기분. 본래 내가 가지고 있었던 돈인데 이상하게 <공돈> 같은 그런 날이었습니다. 잊어버린 나를 다시 찾은 그런 하루였습니다.


테레사와 자유

이름을 지워버리고, 내 삶의 역할을 놓아버리고, 나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를 떠나보내고, 내가 가진 모든 것들을 벗어버리니 GRIT! 바로 이거야! <난다. 난다. 꽃돼지> 자유롭게 훨훨 날고 있는 꽃돼지(?)가 보입니다. <용기. 자유. 자율성> 힘차게 날개 짓하며 어디든 자유롭게 힘차게 날아다니는 존재. <내가 선택한 거야. 내가 태어난 거라고.> 아네스의 이 한마디가 존재 자체로 나를 존재하게 하고. 오늘의 나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테레사가 더 자유를 외치는 것이 조금은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예정일이 지나도록 세상에 나올 기미가 보 지지 않아 현대 의학의 힘(촉진제)을 빌려 억지로 자궁 밖으로 꺼냈어요. 유독 <자율성>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테레사가 조금은 이해되는 순간입니다.



『신이 가능성의 오르간 앞에 앉아 즉흥적으로 세계를 작곡한다. 우리 가련한 인간들은 늘 그중 인간의 소리와 비슷한 소리를 내는 오르간 음전 하나만을 듣는다.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운데, 전체는 얼마나 근사할 것인가! “ - 슐라이히 - 』

(빅터프랭클의 영혼을 치유하는 의사 82p)


존재의 본질, 자율성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로고스. 하나만 발견해도 이렇게 기쁘고 행복한데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깨어나면 내 삶을 얼마나 풍요로울까? 그것들이 내 삶을 얼마나 나답게 살아가게 할까? 상상만 해도 전율이 흐르듯 흥분됩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보석을 발견하는 새벽시간, 하루 24시간 중 오로지 나로서 자유를 만끽하는 시간, 이래서 새벽을 놓칠 수가 없나 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놓치지 마세요. 나를 찾아가는 그 일을 말이에요. 여러분 속에 잠들어 있는 로고스가 깨어나 연주하게 될 삶을. 그 연주는 얼마나 조화롭고 아름답고 근사할까요. 오늘도 마음껏 내 삶을 연주하세요. 어떤 것도 우리를 구속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본래부터 자유로운 존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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