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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Mar 02. 2023

역시,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거지

버틴다는 것. (2023.1.28. 토)

사진출처 : 네이버



‘아우 진짜 길을 잘못선택했나요? 집 한 채 뽑겠어요. 진짜로.’


글을 쓰며 솔직한 나와 마주하고 싶다. 아니 글로 불안하고 두려운 나의 마음을 다듬으려면 나는 글에 솔직해져야 한다. 그래야 저 밑바닥에 있는 나의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보듬을 수 있겠지.


감정 : 걱정되는, 염려되는, 불안한, 조바심 나는, 겁나는
바람 : 자기 신뢰, 전문성, 숙달, 발견, 의미, 안정성, 생산


나의 선택이 미칠 영향이

걱정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나의 선택으로 일어나는 모든 변화에서 가족이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투자하는 만큼 가족들이 누리던 것을 뺏았는 것 같아서. 나에게 쓰는 시간만큼 가족들에게 돌아가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아서. 하루 종일 공부하고 책 읽고 글을 쓰다가도 나만 혼자 이렇게 즐겁고 행복해도 되나 싶다. <돈. 돈이 문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것이 모두 돈 때문인 것 같다. 이것저것 들어야 하는 교육은 왜 이리도 많고. 슈퍼비전에. 워크숍에. 정말 길을 잘못 들어섰나 푸념하는 나에게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이 명언을 남기셨다.


상담을 공부하는 것은 우아하게 서서히 망해가는 것이다. 빨리 망하려면 주식을. 천천히 망하려면 상담을. ㅋㅋㅋㅋㅋㅋ 이제 시작입니다.



눈에 보이는 <보상>이 없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공부한 것으로 돈도 벌고 싶지만 자신감이 없어서일까?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밀겠다. 용기 내서 뭐라도 해볼라치면 이것저것 생겨날 변수들을 생각하다가 애써 내었던 용기마저 사그라져 버린다. <그래.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싶어.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왜 더 힘들까? 눈에 보이는 <보상>이 아무것도 없어서겠지. 눈에 보이는 보상이 없으니 내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헛발질하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자꾸 시선이 옆으로 향한다. 다른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겹눈질하며 지금의 나의 자리와 그들의 자리를 자꾸 비교하게 된다.


<자신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 비교라고 했던가>


가끔은 버티는 것이 정답이다.

버티자. 버티어야 한다. <될 듯 말 듯, 할 수 있을 듯 없을 듯, 잡힐 듯 안 잡힐 듯하다>는 것은 아직 나에게 맞게 ‘뜸’이 덜 들었다는 것이다. 달달 달구어지는 과정이 못 견디게 뜨겁지만, 추가 요란하게 흔들리며 구수한 냄새를 낼 때까지 버티어야 하고, 솥단지에서 응축된 김들이 빠져나가 밥이 제 맛을 낼 때까지 버티어야 한다.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고 달구어지기도 전에 불을 끈다면, 쌀도 밥도 되지 않는다. 요란하게 흔들리는 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김 빠지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뚜껑을 열어버린다면, 다 차려진 밥상에 설익은 밥만 있을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쉽고도 힘든 일을 하고 있다. 나는 지금 익숙하고도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고 매일 하는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야 하는 일. 바로 ‘버티는 일’ 말이다.


그래도 힘들다.

운명은 어떠한 계획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나는 그것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답답하고 불안하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을 알았다. 운명의 계획 따위는 알 수 없지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선택과 책임, 행위는 내 삶의 역사가 되어 기록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 내가 하는 모든 움직임이 기록되고 있다. 언젠가 내가 오늘의 시간을 반추하며 웃음 지을 날이 올 것이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겠는가. 지금은 나를 믿고 버티는 것. 가장 쉽고도 어려운 일을 하는 것이다.



‘역시, 포기는 배추 셀 때나 쓰는 거지’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테레사. 저 조금만 입에서 방금 뭐라고 하는 것인가. 저런 소리는 어디서 들었지? 참말로 아리송하지만 한편으로  저 아이가 내 속에 들어갔다 나왔나?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인가 싶다. 무언가 열중하고 있더니 드디어 자신이 원하던 것을 해냈나 보다. 흥분에 들떠 작은 목소리로 신나서 중얼거리는 말이 유독 크게 내 귀에 꽂힌다. <나는 그저 빙그레 웃는다.> 저 아이가 저렇게 나를 응원하는구나.


그래. 테레사. 엄마는 버틸 거야!

내 생일날, 아네스의 편지



죽음의 수용소에서 194p>

인간은 여러 개의 사물 속에 섞여 있는 도 다른 사물이 아니다. 사물들은 각자가 서로를 규정하는 관계에 있지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규정한다. 타고난 자질과 환경이라는 제한된 조건 안에서 인간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판단에 달려 있다. 인간 내면에 두 개의 잠재력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 그중 어떤 것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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