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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Mar 18. 2023

보톡스가 필요해?「삶의 한가운데」

내 얼굴에 책임진다는 것 (2023.3.13. 월)





삶의 한가운데 114p>

내 얼굴은 말끔한데 니나의 얼굴은 표정으로 가득하다. 바로 이것이다. 니나는 이 얼굴을 위해 비싼 대가를 치렀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아주 오랜만이었어요. 글을 쓴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아요. 글은 잊어버린 나를 찾게도. 아픔에서 의미를 발견하게도. 웃을 수 있게도 하니까요. 뜬금없이 이 말을 왜 하냐고요? 얼마 전에 발행한 <나는 좋지 않은 사람인가?>에서 출현(?)했던 친구를 만났거든요. 오랜만이라기보다 다시 만났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정말 괜찮더라고요.


만나로 가는 길은 약간 신경 쓰였어요. 음.. 사실 그 신경쓰임은 그 친구 때문이라기보다는 그날 제 감정상태가 좀 우울했거든요. 학교숙제가 너무 어려워서요. 만나고 돌아오는 길은 가벼웠어요. 부산스럽게 떠도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을 정도로요. 제 마음이 튼튼해진 걸까요? 글이 마법을 부린 걸까요? 전 글의 마법이라고 믿고 싶어요.^^


‘아가다. 요즘 보톡스 안 맞았어? 미간에 보톡스 좀 맞아~ 예쁜 얼굴. 어쩜 좋아!’


다시 만난 친구가 제 얼굴을 찬찬히 살펴요. 저도 친구의 얼굴을 찬찬히 살핍니다. 친구는 요즘 운동을 한다더니 얼굴선이 살아있네요. 만나지 못한 1년 사이, 더 선명해진 제 미간의 <川>가 친구의 눈에 거슬렸나 봐요. 친구는 항상 제 미간을 보며 안타까워했거든요. 저는 미간에 <흉>이 있습니다.


오른쪽 선명한 상처자극


어린 시절 호미를 가지고 놀다가 제 손으로 미간을 찍어버렸어요. 그래서 <1> 자처럼 흉이 생겼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씩 하나씩 <1> 자가 추가되더니 선명한 <川>를 만들었어요. 2~3년 전 유독 미간의 <川>가 신경 쓰였던 시간이 있었어요. 고민하던 나에게 친구는 <보톡스>를 잘하는(?) 피부과를 소개해주었고, 저는 5~6개월에 한 번씩 3번 정도 보톡스를 맞았어요. 잘은 생각나지 않지만 <어떤 책>을 읽은 후부터 보톡스 맞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사실 미용에 큰 관심도 없었던지라 그쪽 방향으로는 에너지가 덜 가는 거죠.


다시 만나 친구의 눈에 유난히 크게 보였을 내 얼굴에 있는 미간 <川> 자. 친구는 나에게 보톡스를 다시 맞으라고 했지만, 저는 이제 보톡스를 맞지 않을 거예요. 나는 이 얼굴을 가지고 나이 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내 얼굴이 어떤 지도를 그려가는지 보고 싶습니다.


예전에 인생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나이 사십이 되면 네 얼굴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해’ 내가 그려놓은 얼굴지도에는 많이 것이 담겨있습니다. 웃음지도. 아픔지도. 고민지도. 열정지도. 그 밖에 수많은 지도가 담겨있습니다. 저는 이 얼굴지도를 사랑해 보려고요. 나라도 이 얼굴지도에 새겨진 의미를 알아야 하니까요. 


앞으로 나의 선택과 책임이 어떤 지도를 만들어 갈지 기대되기도.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만은 내게 새겨진 얼굴지도의 의미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 얼굴에 새겨진 얼굴지도는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을까요?^^



p.s. Starry GardenMar 이웃 글벗님의 말씀처럼 제 글을 읽는 분들의 아무런 노고가 없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볍게. 제 글 중에 한 문장만 읽으셔도 되고. 사진만 보셔도 돼요. 자유롭게 오고 가셔도 좋습니다. 매일 글을 발행하다시피 하니 혹시나 이웃 글벗님들에게 제 글이 강요가 될까 걱정되어 저도 덧붙이는 글을 적어봅니다.^^



 (각가 나름의 방법으로 얼굴지도에 책임지시는 것을 존중합니다. 보톡스 맞는 것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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