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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Oct 30. 2023

애달파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었다.

때가 될 때(2023.10.23. 월)

p.s. 제가 시험이 끝났어요~ ㅎㅎㅎ 서랍 속에 밀린 글 발행 중입니다. 읽고 싶은 글만 선택해서 읽어주셔도 감사하고 모다 읽어주시면 더 감사합니다.^^



요즘 아침마다 아녜스의 머리를 묶어준다. 아녜스가 지금보다 한참 아기였을 때 아녜스는 머리 묶는 걸 참 싫어했다. 테레사도 마찬가지다. 머리 묶을 때마다 당겨지고 뽑히는 것이 싫어서였겠지. 나는 아이들을 꾸며주는 일이라고는 사주는 것뿐, 머리 묶어주고 예쁜 핀 찔러주는 대는 서투르다. 머리카락 묶는 손길도 서툰데 테레사는 항상 책을 들고 와서 똑같이 묶어달라고 한다. 참... 난감하다. 엄마는 할 수 없다고 말하면 입을 삐쭉..ㅎㅎㅎ 미안하다. 엄마가 그쪽으로.. 영~~ 아니올시다! 어쨌든 손재주 없는 엄마는 딸들이 헤어스타일에 무관심한 것에 감사했다.


나도 그랬다. 어릴 때 뭐가 그리 아팠는지 엄마가 머리를 묶어줄 때면 그렇게 울고 짜증을 냈다. 여섯 살 때쯤인가? 내 행동에 화가 난 엄마는 내 머리카락을 <싹둑> 단발로 잘라버렸다. 그 뒤 나는 학창 시절 내내 단발머리였다.


시간이 한참 돌고 돌아, 아녜스가 내 무릎 언저리에 머무는 그 시간에 못했던 일을. 그 시간에 서로에게 주고받지 못하던 손길을. 아녜스가 나와 눈높이를 같이하는 시간이 돼서 하게 된다.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시간은 언젠가 오게 되어있나 보다. 못해주었다고. 애달파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었다. 그게 언제가 되었던 서로의 때가 맞을 때 다 이루어지는 일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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