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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Oct 20. 2023

몸이 감정을 말한다.

아.. 사랑하고 싶다. 이 삶을(2023.10.19. 목)


글로 비우고, 글로 운다.


평소와 같이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식구들 아침을 챙기고, 요셉과 아녜스와 테레사가 문밖을 나서면 나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는 평범한 하루가 지났다. 피곤한 몸을 평안하게 눕히고 나는 잠이 든다. <스르륵> 잠이 들려는 순간, <찌릿> 심장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나는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난다. 잠들라치면 찾아오는 불안 그리고 두려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꾸역꾸역.. 먹고, 자고, 숨 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평범하고 단순한 일들을 하며, 이 시간이 지나가길..  내 삶의 평범함 속에서 나는 인내하고 또 인내한다.


머리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했는데 몸에 각인된 불안과 두려움, 슬픔까지는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는가 보다. 몸이 자꾸 울어 되니.. 나는 요즘 잠드는 순간이 두렵다. 당신을 어떻게 할까? 아니지 당신 앞에서 나는 어떤 태도로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답답하고 갑갑하고 무력하다. 당신은 알까? 이런 내 마음을? 나는 알까? 당신의 마음을.. 전생에서 원수로 헤어져 현생에서 서로를 아프게 할 존재로 운명 지어졌을까? 그도 아니면 나와 당신이 만나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아프게 할 존재로 각자의 삶에 존재해 버리길 선택했을까? 아.. 운명이든 선택이든 더럽게 아프다. 당신이란 존재가... 당신은 내 삶 속에 이렇게 밖에 존재할 수 없었을까? 나는 당신의 삶 속에 이렇게 존재할 수밖에 없을까? 참 모자라고 미련한 인간들이다.


아 사랑하고 싶다! 내 삶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를 잉태한 순간부터 내 삶 속에 들어와 버린 당신까지도 사랑해버리고 싶다. 아 사랑하고 싶다. 당신 앞에서 지랄발광하는 내 모든 것을 사랑해버리고 싶다. 아 사랑하고 싶다. 시련도 행복도 얼기설기 엮인 내 삶을.. 미치도록 사랑해버리고 싶다.

니체> 그대들은 언젠가는 자신을 넘어서서 사랑해야 한다. 그러니 우선 사랑하는 법을 배워 보도록 하라. 그대들이 사랑의 쓰디쓴 잔을 마셔야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23p


쓰디쓴 잔을 얼마나 마셔야 나는 나 자신에게서 그리고 당신에게서 자유로워질까? 쓰디쓰다 못해 심장이 꽉 막히는 것 같은 이 잔을 얼마나 더 마시면 나는 내 삶을 더 사랑할 수 있을까? 아.. 지나가버려라. 이 시간아. 이 미련스러운 삶의 한 귀퉁이야. 내 삶에 지금 이 시련이 필요하다면 이 또한 견뎌낼 지혜도 함께 주셨겠지. 그래, 마음껏 부딪쳐라. 그래, 마음껏 부서져라. 그래, 마음껏 발광해 봐라. 부딪치고, 부서지고, 발광하다 보면 언젠가는 자유로워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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