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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May 16. 2023

내가 간절히 원한만큼

내가 더 사랑해 버리자. 나도. 너도 (2023.5.12. 금)




한 번씩

열병처럼 아프지만 <시간이 약이다>라는 명언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웃을 수 있고 아픔을 농담처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니 말이다.


아픔이

상처만 남기고 지나가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나고 자란 가족과의 관계로 아프지만 현재 내가 살을 부대끼며 살고 있는 가족 때문에 숨을 쉴 수 있다. 원가족으로 상처가 나면 연고처럼 나를 감싸주는 요셉과 아네스, 테레사. 마냥 안고만 있어도 좋고, 살짝 쓰다듬는 손길에서도 애틋한 사랑이 느껴져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래. 이 소중한 사람들을 더 사랑해 버리자. 내가 간절히 원한만큼 나도. 이 사람들도. 사랑해 버리자.>


내 삶에서

일어난 일. 오로지 <나의 몫>이라 생각했다. 가볍게 안부차 전화한 친구가 나의 목소리에서 아픔을 느끼고 나보다 더 격하게 화를 내주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내 글을 읽고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해 주는 친구들이 <나의 몫>이라고 여겼던 상처를 내 허락도 받지 않고 조금씩 떼어가 버렸다.


나는 그렇게
울고 웃는 것을 반복하며 오늘의 삶을 살아간다.




아빠는

차 막히고 위험 하니

오지 마라.


오빠는

너는 좋겠다.

너거 애들은

명절에 갈 데가 있어서.


나는 차 막힌다고

오지 말래서

저번 주에 다녀왔다.


명절인데 우리 애는

할비, 할미도

못 보고 집에만

있구나.


나는

그래도 가지 그랬어.

아빠가 뭐라 해도

그냥 갔다 오지.

집에만 있을 거였으면..


오빠는

뭣하러! 오지 말라는데!

가봤자지.

너도 이사한 봤잖아?

거실도 없고 있을 데도 없다.


아빠는

뭣하러

위험하게 오노?

내가 오지 말래서

저번 주에 다녀갔다.


나는

그래도

명절이잖나요?

엄마, 아빠도 두 분만

있으면 외롭잖아요.

손주도 명절 맛은

느껴야죠.


아빠는

그래 외롭지.

그래도 위험하게

뭣하러 오노?!


나는

서로 외롭다

네 탓하다가

즐거워야 할

명절이 다가네.


함께 지낼

가족이 있는데도

왜 우리는

스스로 외로움을 만들까?


나에게는 

그저 의문과 안타까움이.

명절이 더 외로운 가족

있을 뿐...


<명절에 쓴 마음속 투덜거림>




고슴도치 같은

사람들.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들. 바짝 가시를 세우고 서로에게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애쓰는 동시에 사랑받고 싶어서 애달픈 사람들. 애석하게도 나도 그중에 한 사람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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