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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un 24. 2023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기억에 관하여(2023.5.22. 월)




<흑역사>

가끔 누워있다가 이불킥을 할 때도 있고. 설거지를 하다가도 <제길>하고 나도 모르게 욕이 불쑥 나오기도 하고.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도 머리를 콩콩 때릴 때도 있다. 갑작스럽게 <기억> 저편에서 불쑥 떠오르는 장면 때문에. (ㅋㅋ) 뭐 이런 기억이다. 첫 미팅 때 롤러장에 갔는데 생전 처음 타보는 바퀴 달린 녀석. 하필 넘어져도 상대남 발등 위로 넘어질게 뭐람. (ㅋㅋ)


<기억>

이 책에서 나오는 <어둑서니>는 사람들의 기억을 먹고사는 귀신이다. 주인공 <주영>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계속 어둑서니에게 건네주며 똑같은 선택을 4번째 반복하고 있었다. 영화 <스틸엘리스>에서 주인공 <앨리스>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점점 기억을 잃어간다.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점점 나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 하루종일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이 된다는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저자 웨인다이어의 말처럼. 기억에는 내가 했던 수많은 선택과 결정들이 안전하게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가끔 <기억>중 일부를 지우고 싶어 한다. 그때의 내가 했던 선택과 결정을 <부정>하고 싶어서겠지. 이 책의 저자는 책을 쓰기 전에 <어른>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지금 존재하는 삶은 내가 한 선택들로 이루어졌음을. 그러니 당신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후회되는 과거가 있다면 과거의 나와 잘 화해하는 것이 앞으로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애도>

어디까지 지우고 어디까지 남겨놓아야 우리는 행복할까. 과연 기억을 지운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 지우고 싶은 기억을 다 지우고 남아있는 기억으로 우리의 삶이 좀 더 나아질까. 나 또한 아픈 기억이 뇌 속에 존재한다. 계속 반추했다. 끊임없이 기억하고 반추하며 후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며 계속해서 아픈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그 속에서 나는 벗어날 수 없는 늪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거렸다. <괴롭다. 힘들다. 잊어버리고 싶다.> 말하면서도 <기억을 놓지 못하고> 잡고 있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기억을 마주하며 그 상황을 계속 곱씹고 곱씹어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나의 감정과 나의 바람을 마주하고, 그것들과 화해하며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지금 나는 책을 읽고 아픈 기억을 가진 나와 마주하고 글을 쓰며 아픈 기억을 떠나보내고 있다. 물론 한 번에 되지 않는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래도 계속 곱씹어서 후회하는 것보다는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것이 나에게 더 좋더라. 기억이 아픈 누군가에게. 그대들도 그대들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이고 떠나보내길 바란다.





책 속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 선물과 같은 위로가 되길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132p> "모든 기억이 다 좋은 건 아니니까. 가끔 슬픈 기억들이 제멋대로 떠오를 때면, 큰 지우개가 있어서 그것만 싹싹 지웠으면 좋겠어. 다시는 떠오르지 않도록 “... 중략...”왜? 김서방도 지오고 싶은 기억이 있어? “...”많지. 지금 이러고 있는 것도 그렇고... 수인이한테 못해 줬던 기억들도 다... 다 지우고 싶어. “, ”그건 지우면 안 되지 “, ”왜? “, ”그걸 지우면 다시 또 못해 줄 거 아냐. 그걸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170p> 머리와 마음은 다르니까요. 사람들은 가끔 누가 봐도 어리석고 바보 같은 선택을 하죠. 그 선택은 머리로 하는 게 아니었던 거예요. 내 안에 있는 마음이 하는 선택이었던 거죠. 바보 같고 한심하지만, 오직 그때 할 수 있었던 최선인 선택. “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203p> 항상 절망했고 늘 슬펐다. 더 나은 내일보단 후회되는 어제만 생각했다. 그것이 바로 이 끊임없는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였다... 중략... 주영은 그제야 자신이 왜 같은 잘못을 저지르며 살아가는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선택할 용기가 없었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219p> 그제야 주영은 자신을 보며 불편해하던 기중의 감정이 <죄책감>이라는 걸 깨달았다. 주영을 볼 때마다 자신이 놓친 한 순간을 바라보며 기중 또한 반복되는 후회를 겪고 있던 것이었다.
기억을 넘어 너에게 갈게 231p> 작가의 말> 이 이야기를 쓸 당시 나의 가장 큰 화두는 <어른이란 무엇일까>하는 것이었다... 중략... 이렇게 철없고 생각 없이 몸만 자란 내가 어른이란 이름으로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내가 어린 시절 느꼈던 어른이란 존재는 아주 대단한 사람이었는데 나는 왜 그렇지 못한 것 같지? 하는 생각으로 지낸 적이 많았다... 중략... 하지만 결국 살면서 한계를 느끼고 내 곁에 아무도 없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나는 과거의 나와 마주할 수 있었다. 사회적으로 어른처럼 보였던 나는 사실 여전히 어린아이 상태였고, 그것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략... 결국 이 삶은 내가 선택한 거라는 것을. 그리고 나는 다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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