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내가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2023.6.21. 수)

by 아가다의 작은섬



에세이

요즘 에세이가 좋아 즐겨 읽는다. 나는 에세이를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에세이는 작가의 자전적 로고세러피다.> 에세이는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려는. 좀 더 나은 사람이고자 하는. 고독한 삶에서 의미를 찾고자 하는. 삶이 힘들어도 왜 살아가야 하는지 그 이유를 발견하고자 하는. 글쓴이의 독특한 로고세러피적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에세이를 읽을수록 작가의 삶에 몰입하게 된다. 작가가 스스로 삶의 질문에 대답하고, 고통에서 의미를 발견하기까지 어떤 마음이었을까 감히 유추해 보며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내 삶을 더 눈여겨보게 되고, 버거운 삶을 조금은 버틸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얻어간다.


배우 봉태규

연예인에게 큰 관심이 없는 내가 몇 알고 있는 연예인 중 이름을 기억하는 배우 봉태규, 그가 글을 쓰는 작가일 줄이야. 우연찮게 SNS를 하다가 작가 봉태규 씨가 세바시에게 하는 강의를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쓴 글이 궁금해졌다. 「우리 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는 동창들을 만나기 위해 가던 전철 안에서 읽었는데 읽는 내내 뭉클하고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 핸드폰을 몇 번이나 들었다 놓았다 했다. 그 느낌이 좋아서 이번에 출간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를 구입해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이 두 권을 책을 읽으면서 남편, 아빠, 한 사람으로서 봉태규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짝 그의 삶, 일부를 엿보았다.


어른

나는 봄이 오기 전 겨울에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한여름보다 추운 한겨울이 견디기 더 수월했다. 에어컨이 없는 시절, 더위는 견디는 것 외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거 같았지만 추위는 따뜻한 아랫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 있는 행복한 차가움(?)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추운 것도, 더운 것도 견디기 어렵다. 안 그래도 견디기 힘들었던 여름이 더위를 한번 먹고 난 뒤 한여름이 더 미워졌고, 한 겨울 아이들이 감기에 걸릴까 자주 나가지 못한 시간 동안 내 몸이 추위에 더 취약(?)해 졌는지 겨울의 시린 바람이 몸서리치게 소름 돋아 그나마 견디던 겨울도 이젠 싫어졌다. 어른이 되면 한여름도. 한겨울도. 아무렇지 않게 더 잘 버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한 여름이 밉고, 한겨울이 싫은 것 보니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어른상

어른이라고 뭐든 잘 버티고, 무슨 일에든 지혜롭고, 어떤 사람들 만나던 인자롭고, 어떤 말도 잘 들어주며, 대인배처럼 뭐든 양보할 것 같다는 <어른상>을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내 머릿속에 존재하는 어른상의 기준으로 보면 나는 어른이 아니다. 아니 과연 죽기 전에 어른일 수는 있을까 싶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어른상>에 나를 가두고 싶지는 않지만, 나이가 영글수록 벼가 고개를 숙이듯 겸손하고 언젠가 추수할 벼를 기다릴 줄 아는 여유로움, 지혜와 인내, 아픈 누군가를 온전히 안아줄 수 있는 사랑이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 사람. 나는 어른이기전에 사람이고 싶다. 무엇보다도 더우면 덥다. 추우면 춥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책 속 한 문장이 누군가에게 선물 같은 한 문장이 되기를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15p> "정말 멋있는 사람이구나. 너 원래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더 멋있는 사람이었네".. 중략... 나의 섣부른 판단과 어설픈 해법이 그에게 괜한 생채기를 낼 수 도 있는 일이니까.

나의 사유 기록> 겨우 내었던 용기 한 스푼이 위로랍시고 충고로 포장하여 그가 건넨 한마디들에게 무참하게 짓밟힌 날, 이 문장에서 <진정한 위로>를 받았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41p>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거라고 확신했다.

나의 사유 기록> 그래 돌이켜 보면 그땐 그 선택이 최선이었지. <나 최선을 다해서 살았구나.> 그리고 지금도 최선을 다해서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고 있구나.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79p> 살아야 했다. 이제는 직업인으로서 내 모습보다 자연의 내가 살아야겠다는 이상한 마음이 불쑥 튀어나왔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80p> 몸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무너진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나에게 사과를 했다. <잘못했다고>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108p> <아빠... 아빠...> 하는 말이 튀어나온다. 나를 버려두고, 도망간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 울고 있는데 그걸 진정시키고 멈추게 하는 단어도 아빠라니..

나의 사유 기록> 과거의 나를 아프게 한 그들과 나를 아프게 한 그들에게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마음. 어느 것이 더 아플까? 내 삶이 무너지게 힘들 때 그래도 맨 처음 떠오르는 그들... 하지만 끝내 안겨지지 못하고 내쳐질 때 나는 더 아팠구나.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231p> 앞으로 내가 한 일은 아이가 가진 본인만의 시간을 존중해 주는 것.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