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가다의 작은섬 Jul 06. 2023

친구와 나의 거리, 40분

부러움 속에서 발견한 감사함(2023.7.6. 목)




장마

비가 많이 쏟아지던 날, 도서관에서 공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친구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몇 번 울리는 통화음 끝에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몇 마디 안부와 근황 정보가 오고 간 뒤에 <우리 한번 봐야지>라는 반복적인 행위가 이어졌다. <난 언제든 시간이 괜찮다>는 친구의 말에, <안 되겠다. 우리 날을 잡자>라고 말하고도 정확한 약속날짜를 선뜻 잡지 못하는 나는 동문서답하듯 <나, 스케줄 확인하고 연락 줄게>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불안

어디 공적인 스케줄이 있는 것도, 다른 이와 관련된 스케줄이 있는 것도, 매일 듣는 교육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개인적으로 하는 반복적인 일을 하루 접고 약속 날짜를 잡으면 될 일을 나는 그 조차도 쉽지 않다. 혹시나 내가 반복적으로 하는 일을 놓아버리면 나의 미래가 흔들리까 봐... 그렇다고 내가 하루 종일 공부만 하랴? 그것도 아닌데... 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는 진득한 욕망은 현재도, 미래도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안 되겠다. 친구에게 바로 전화를 걸어서 내일 보자고 말했다. <나, 참 잘했다.>


40분

<친구와 나의 거리, 40분> 전철을 40분만 타면 만날 수 있는 거리, 만나기 전까지는 그 거리가 왜 이리 4000분 같은지.. 행동하기 전의 모든 거리가 이와 같겠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일상적인 수다를 나누고, 이 단순한 행위에서 우리의 외로움이 사람으로 채워진다. 우리는 집을 사랑하는 집순이, 혼자만의 시간이 편안한 사람들이지만 가끔은 외롭다. 에너지 탈탈 털리는 관계보다는 조금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들, 아주 가끔, 외로움을 조금 적셔줄 만남이 좋다는 우리는 겨울방학에 한번 더 만나자고 약속하며 헤어졌다.


부러움

집으로 돌아오는 길, 친구가 가진 것이 부럽다. <부럽다>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갑자기 친구를 비난한 것 같다는 생각에 화들짝 놀라 <부럽다>라는 생각을 억지로 무의식 속으로 밀어버리려고 한다. <안되지. 안되지>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 나도 갖고 싶은 것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어디 친구뿐이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사람도 부럽고, 글을 잘 쓰는 사람도 부럽도, 돈 많은 사람도 부럽고, 세상에 잘난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은지.. 그들의 능력도 부럽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도 부럽고, 부럽고 부럽고 얼씨구나 좋구나 부러움이 넘쳐나는구나~ <본능> 어쩌랴? 나라는 사람이 태생적으로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그래서 나에게 다른 질문을 해보았다. <너는 가진 것이 없느냐?>, 이 질문하나로 내가 가지고 싶은 것과 친구가 가지고 싶은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나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넘치도록. <부러움>에 취하다 보면 이렇게 눈먼 사람이 되나 보다. <부러움>에 취하다 보면 이렇게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바라게 되나 보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진 사람처럼.


배운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 세상 모든 자극 속에서 오고 가는 감정들이 마냥 내 껏이 아닌 듯 밀어버리지 말자. 그 감정들을 온전히 받아주다 보면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이고 갖지 못한 것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오늘 나는 부러움이라는 감정에서 감사함을 발견하고 배웠다. 아마 예전에도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잊어버리고 또 배운 것일 테지. 괜찮다. 돌고 도는 삶의 굴레 속에서 잊어버리고 배우고 잊어버리고 배우는 이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 수 있겠지>



니체> 나는 이 삶을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매거진의 이전글 킬러문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