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가 뭘 잘못해서 코로나에 걸렸을까?'
'그런 말이 어딨어? 그냥 걸린 거야. 누구나 다 걸릴 수 있는 그런 일이 일어난 것뿐이야'
테레사가 코로나19에 확진되었어요. 속상한가 봐요. 본인이 <조금만 조심했었더라면 코로나에 확진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되나 봐요. 테레사는 병원공포증(?)이 있어요. 병원 가는 것이 무서워서 아파도 숨기거나 참는 아이예요. 테레사 입장에서는 코로나19에 확진된 것도 엄청난 고통인데, 코로나19를 물리치려면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병원에 가야 하고 뾰족한 주사를 맞아야 하고 쓰디쓴 약을 먹어야 해요.
'엄마, 테레사 이번에 처음 코로나에 확진되었나요?'
'아니요. 작년 여름에 한번 (코로나) 확진되었어요'
살아있으니까요. 테레사가 뭘 잘못해서가 아니라, 살아있으니까, 코로나에 확진되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계속 살아가니까. 작년에도 코로나에 확진되고 올해도 코로나에 확진된 거예요. 테레사가 살아 숨 쉬는 동안에는 계속 반복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에요.
제가요. 2년 정도 심리상담을 받듯이 로고세러피를 공부했어요.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나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더군요. 이제 내 삶에서 <불행> 같은 건 없을 것 같았어요. <시련>이 온다고 해도 저는 현명하게 잘 대처할 수 있을 것만 같았죠! 당시의 저는 <행복>과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사랑에 빠진 자에게서 콩꺼풀이 벗거진 순간, <어떻게 이런 시련하나 못 이겨내?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난 안 되는 건가?!> 자기 학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랬나 봐요. 감기에 한번 걸렸다고 다시는 내 삶에 감기 같은 건 없을 거라고 착각했나 봐요. 우리 몸을 오고 가는 감기 바이러스는 매번 다르데요. 콧물, 기침, 두통, 인후통 등 증상은 비슷하더라도 우리는 매번 다른 감기에 걸리고, 이겨내면서 내 몸에 면역력을 하나씩 하나씩 키워갑니다.
혹시, '한번 걸렸으니까. 다시는 감기에 걸리지 않을 거야!'라고 생각하신 적 있나요?
아니면, '내 인생은 매 순간순간 행복만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신 적 있나요?
저는 그랬나 봐요. '내 인생에 시련 따위는 없어 매일매일 행복만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었나 봐요. 이 잘 못된 신념 때문에 더 아팠던 것 같아요. 며칠뒤면 테레사의 생일이에요. 처음이에요. 테레사는 처음으로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생일 파티를 하기로 했지요. 얼마나 다행이에요. 생일파티 전에 아파서. 또 얼마나 감사해요. 많이 아프지 않아서. 저는 아이들이 건강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상인지 또 깨닫고 배웠잖아요. 평범한 일상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우리 삶 곳곳에 숨어있는 크고 작은 시련 때문이지 않을까요?
상처 속에 싹트는 진주! 시련을 많이 겪을수록 지혜로워진다. 내 인생의 모든 시련아~ 나에게 오너라???!!! 막 그렇게 생각하시분 계실까요???.....
'엄마, 우리 학교에 교통안전 선생님이 오셨거든, 그 선생님이 횡단보도에서 지금처럼 보행자 신호 바뀌기 전에 (저렇게) 빨간 신호등이 들어오잖아. 그때 사고가 제일 많이 난데'
병원진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리는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신호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보행자신호로 바뀌진 3초 전 옆에서 함께 신호대기 중이었던 중학생이 건널목을 먼저 건너요. 그 모습을 보고 테레사가 교통안전교육 시간에 배운 것이 생각나서 이야기했나 봅니다. 시련, 살아있으니깐 경험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빅터프랭클은 이런 말을 합니다. 피할 수 있는 시련에 대해서는 원인을 파악해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에요. 그리고 불필요한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자기 학대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신호를 잘 지킨다면 위험한 일이 일어날 확률을 감소시킬 수 있겠지요.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피할 수 있는 시련은 피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시련을 피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어요^^ )
얼마 전에 읽은 <쏟아진 옷장을 정리하며>라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에요. 사랑하는 사랑과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암에 걸린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처음 암진단을 받았을 때는 내가 이토록 내 삶을 사랑하는데 왜 하필 나에게 이런 병이 생겼을까? 하고 절망했었다고 해요. 절망의 시간을 지나 얼마 후 그녀는 더 이상 질병과 싸우지 않고 질병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해요. 질병과 싸우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내 삶을 더 사랑하고 남편과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데 에너지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녀의 태도가 치유의 길로 인도했다고 해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살다 보면, 죄, 고통, 죽음과 같은 피할 수 없는 시련이 내 삶으로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신께서도 양심은 있으시겠지... 이 정도 어마무시한 시련을 내게 던져 주셨는데 또 시련을 주겠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인생이 어디 그런가요? 삶을 살아가는 동안, 같은 강물에 두 번 발 담글 수 없다는 헤라클레이스토의 말처럼 매 순간순간마다 행복과 시련들이 감기처럼 오고 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도 시련이 올 때마다 위 글에서 나온 여자처럼 삶의 일부분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요. 그리고 시련과 맞서지 말고 내 삶을 더 사랑해 버리자고요!
저는요. 신이 나에게 시련을 주실 때에는 그것을 이겨낼 지혜도 함께 주실 거라고 믿어요
강제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련을 겪고,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았어요. 그런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내가 살아야만 했던 그 이유들이 다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도, 안락한 안식처도...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당시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감히 상상할 수도 없지만.. 무슨 시련이든 이와 같지 않을까요? 시련이 내 삶에 던져지면 그 시련에서 줄기줄기 엮여 내려간 시련까지도 우리는 다 살아내야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운명같이 무지개가 떴어요. 처음에 반 무지개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점점 더 큰 반원을 만들었어요. 우와~~ 하고 소리치며 아녜스와 테레사를 부르는 사이, 반원이 점점 진해지더니 쌍무지개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약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비가 내린 뒤 무지개가 나타나듯, 시련이 지나간 뒤 발견되는 것이 삶의 의미이지 않을까요? 시간이 흘려 흘려 돌이켜보면 그 시간을 견디고 살아낸 <나>, 참 위대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속에서 무지개 같은 시련의 의미를 발견하면 더 좋고요. 우리 능력을 키워요. 시련 앞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 평범한 속에서 감사를 발견하는 능력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 모두는 이미 그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말이에요.^^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지난날 내가 겪었던 시련(고통)을 한번 떠올려보세요.
지금 생각했을 때 그 시련의 의미? 배움은? 감사는?
그 무엇보다도 그때는 참 견디기 힘들었는데.. 나 참 잘 이겨냈구나. 나 참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시지요?
그것 보세요. 우린 모두 능력자라니까요. 내 안에 온전히 다 있어요. 이런 모든 잠재력들을 잘 꺼내 쓰기만 하면 됩니다!
지금 이 순간 시련을 마주하고 계신 분이 계시다면, 믿으세요. 나를! 그리고 살아가세요. 오늘을!
빅터프랭클> 몇 년 동안 인간이 겪을 수 있는 시련과 고난의 절대적인 한계까지 가 보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아직도 시련이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시련에는 끝이 없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시련을 더 혹독하게 겪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중략... 사람들은 언젠가는 그때를 돌아보며 자기가 그 모든 시련을 어떻게 견뎠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날이 올 것이다... 중략... 살아 돌아온 사람들은... 중략... 이 세상에서 <신> 이외에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경이로운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p.s. 줄줄이 사탕으로 엮였어요. ㅎㅎㅎㅎ 테레사를 시작으로 아가다, 아녜스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되었습니다. 그리고 테레사가 오늘 격리가 풀렸는데, 아녜스가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냥 웃지요 ㅎㅎㅎㅎ 매일 제 글을 기다리시는 분이, 한분이라도 계시리라고 생각해요.^^ 혼자만의 착각이라도 좋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의미이니까요.ㅎㅎㅎ
독자 여러분~~~ 저 코로나 걸렸어요. 아우~~ 아파요.ㅎㅎㅎ 쉬고 올게요 ㅋㅋㅋ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먹고 자고 책 읽다 또 자고 입니다요! 새벽에 일어나서 책 읽고 글을 쓰는데... (새벽에 못 일어나겠으요요요용ㅎㅎ) 서랍 속 총알도 떨어졌어요~~ 당분간 독서노트 위주의 글만 올라가요^^ 쉬엄쉬엄 쉬고 올게요^^
#은둔호랑 e님 책이 어제 왔어요. 천천히 읽고 리뷰? 서평? 할게요ㅎㅎ 응원합니다!
건강이 최고예요!
항상 건강하세요ㅎㅎㅎ
제일 중요한 것 댓글에 답글을 못 달았어요. 아야아야..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소서ㅋㅋㅋ 그리고 항상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