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부터 <리딩맘>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지인이 활동하다가 급작스럽게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 바턴을 이어받았습니다. 학교활동이라고는 내 평생, 고등학생 때 선도부원 활동 말고는 처음인지라 무척 긴장이 되었죠. 아녜스가 어릴 때는 한창 도서관을 다니면서 그림책을 빌려서 읽고 읽어주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제가 읽고 싶은 책을 읽느라 그림책을 멀리한 지가 오래라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어줘야 하는지도 감이 안 오더라고요.
1학기에는 집에 있는 그림책 몇 권을 들고 가서 읽어줬습니다. 첫 번째 활동땐 너무 교훈적이고 진지한 책을 골랐더니 아이들이 점점 흥미를 잃더라고요. 그래서 두 번째부터는 재미있는 책 위주로 골라서 갔습니다. 2학기가 되어서 리딩맘 활동이 다시 시작하는데, 집에 있는 그림책은 이제 읽어줄 만한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도서관에 갔습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그림책이 이렇게 감동적이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부터 그림책도 기록으로 좀 남겨야겠어요.
1. 혼나지 않게 해 주세요. / 구스노키 시게노리 / 베틀북
표지에 나오는 아이는 만날 혼나요. 혼날 행동을 해서 혼나기도 하고 억울해서 혼나기도 하고 여하튼 만날 혼나요. 아이는 만날 혼나면서 속상하고 억울하지만, 무엇보다도 사랑받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하면 혼나지 않을까 고민고민하다고 소원나무에 <혼나지 안케 해주세요>라고 적어요. 아이들은 혼나고 싶어서 일부러 미운행동을 하지 않아요. 자신도 모르게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지요. 이 책을 읽고 나서 궁금해지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나는 혼만 내는 엄마일까?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 혼날 때 어떤 마음일까?
2. 가만히 들어주었어 / 코리 도어펠드 / 북뱅크
아이는 열심히 블록을 쌓아요. 그런데 갑자기 새들이 날아와서 아이가 쌓은 블록을 무너트려버려요. 아이는 너무 화가 나고 속상하고 슬퍼요. 그런 아이에게 그림책에서는 많은 동물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아이를 위로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진정으로 위로받은 동물은 바로 <토끼>에요. 토끼는 가만히 들어주었거든요. 누군가 아파하고 있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그 사람 앞에 서있을까요?
3. 아름다운 실수 / 코리나 루켄 / 나는 별
실수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저는 참 부족한 사람입니다. 실수투성이죠. 과거엔 실수하는 제가 정말 끔찍이도 싫었어요. 이제 그것도 나의 한 부분이라고 받아들였지만 아직도 실수를 경험하는 것에 굉장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이 책은 실수로 찍힌 '점' 하나로 시작해요. 거듭되는 실수가 모여서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됩니다. 우리 삶도 실수가 모이고 모여서 온전해지지 않을까요?
4. 문밖에 사자가 있다 / 윤아 해 / 뜨인돌어린이
저는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인 것 치고는 용기가 없어요. 이 책은 두려움에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마음을 조금 이이라도 달라주는 책이었어요. 아이는 당장 앞에 있는 사자가 무서워 문밖에 나가기가 두렵지만 사자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세상을 모험합니다. 문밖이 상상만큼이나 두려움 곳이 아니란 걸 알아차린 아이가 곰을 만났을 땐 사자와 마주했을 때와는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