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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Oct 28. 2023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무엇을 위해(2023.10.23. 월)


자기 돌봄이 필요한 이유를 알겠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얇게 옷을 입은 탓일까? 외출 한 번하고 왔을 뿐인데 된통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저녁에 테레사와 함께 야시장 가기로 했는데 몸이 이 지경이니 걱정이 산만큼이네..


'엄마! 저녁에 나랑 같이 야시장 갈 거지?'

'응. 딱 한 시간만 노는 거다?!'


한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친구와 함께 에어바운스에 들어간 테레사는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재채기와 빗물처럼 흐르는 콧물과 함께 나의 분노게이지가 상승한다. 테레사에게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다고 말하니 <시무룩>한 얼굴을 한다. <에효> 조금만 더 놀다 가자고 허락하고 앉았는데 컨디션은 <영 아니올시다>..


열심히 놀고 나온 아이들은 야시장의 열기에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또 다른 놀이기구를 타겠다고 나선다. 나는 아이들에게 배가 고플 수 있으니 음식부터 먹자고 설득했다. 하나같이 뭐가 이리 비싼지.. <아이들 몇 달 치 용돈은 우습게 나가는구나> 너희에게 가격이 뭐가 그리 중요하랴. 아이들은 솜사탕 하나를 사들고 해맑게 웃으며 맛나게도 먹는다. 벌써 두 시간이 되었다. 주물럭거리며 솜사탕을 먹더니.. 끈적끈적한 손이 불편한지 아이들은 손을 씻고 오겠다며 말릴 틈도 없이 후다닥 뛰어가버린다. 10분, 20분이 다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테레사에게 몇 통의 전화를 해봐도 연락이 닿지 않고, 사람들은 많고, 걱정과 함께  <컨디션은 바닥나 버리고, 화는 머리끝까지 올라간다.>.. 겨우 연락이 닿은 테레사, 엄마의 화난 모습에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 것 같은데..'


떠지지도 않는 눈을 겨우 치켜뜨면서 또다시 시험공부를 한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어제 일이 계속 떠오른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중독인 갈까? 아니면 이 공부가 이런 걸까? 배워도 배워도 끝이 없는 것 같다. 하나를 공부하면서 그 공부를 다 끝내기도 전에 또 다른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2학기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면서 몇 시까지는 공부를 끝내야지 하고 계획했었는데 그런 계획일랑 멀리 던져버린 지 오래다.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다. 지금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허덕이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데, 좋은 강의가 있어서 또 신청했다고, 운전을 하면서 지나가다가 길가에 걸린 현수막에서 교육프로그램을 보며 저건 무슨 교육이지? 하고 사진을 찍는 자신의 모습에서.. 아무래도 본인이 미친것 같다며... 나는 <여기 미친 사람 하나 추가요~>하고 손 번쩍 들었다.. <이건 중독이다> 


통화를 끝내고 몇 시간 뒤, SNS에서 올라온 교육프로그램에서 슈퍼바이저의 교육이력을 살펴보며 생각한다. 나도 이거 배우고 싶었는데... <미친 거지> 갑자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돈까지 많았으면, 이것저것 따지지도 않고 수많은 교육을 신청했겠지? 이제껏 부족해서 불만스러웠던 돈이 갑자기 부족해서 감사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다.


누가 보면 내가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줄 알겠네. 아니다.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나에게서 여유와 집중을 앗아가 버렸다. 새벽에 앉아 멍 때리면서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고 있나 또 생각해 본다. 웃고 싶다. 나도 웃고 싶고 가족이 웃는 모습도 보고 싶다.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 놓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지도 못하고,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항상 쫓기듯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바보탱이, 여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누릴 자유를 억압해 버렸다. 소진, 이래서 자기 돌봄이 중요하구나.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싸움이 자기와의 싸움이지 않을까. 외롭고 고독하다. 띠리 리리~ 아~ 가을은 외롭구나.ㅋㅋㅋㅋ 아무것도 안 할 거야. 아무것도 안 하고 멍만 때릴 거야.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 바로 멍 때리기, 쉼이다.


그래, 모든 원흉은 네 탓이다. 시험! 시험 그딴 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어!! 으아아 앙, 하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시험을 친 공부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이게 무슨 부조화란 말인가? 아.. 모르겠다. 그래도 시험은 끝났다. 또 올 테지만.. 내가 선택해서 걸어가는 길이지만, 마냥 아름답지만 않다. 울퉁불퉁 난리부르스다. 꾸역꾸역 걸어가다 보면 뭐가 나오긴 하는 걸까? 아.. 모르겠다. 나는 지금 쉬어야 한다. 쉬자! 확실한 건 덩치에 맞지 않게 빡빡하게 작은 틈만 내어주고 들어서는 빌딩처럼 내 삶을 틈틈이 엮는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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