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꼭 내가 뭐하려고 하면..

뭘 자꾸 시키잖아..

by 아가다의 작은섬






어제 저녁, 밥을 먹고나서 소파에 앉아 쉬고 있는 아네스에게 나는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아네스, 엄마 설거지 해야하니까 너가 이것 좀 해줘라”


그런데 마주한 아네스의 얼굴 표정이 좋지 않다. 나는 급하게


“아니야, 엄마가 할게. 엄마 부탁에 기분 안좋았어?”


“아니야..”


“아니라고 말하지만 네 얼굴 표정은 안좋다고 말하는데?


“아니, 엄마는 내가 꼭 뭐하려고 하면... 뭘 자꾸 시키잖아..”



순간 아차 싶은 마음이 치고 들어온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알아..”


“다음부터 엄마가 또 그러면 그때는 꼭 말해줘”


“응! 알았어!”




평소 군소리(?) 없이 엄마를 말을 들어주던 아네스가 요즘 부쩍 표정이 일그러지는게 느껴졌는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나는 아침부터 부산스럽게 움직이다가 순간 떠오르는 기억에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 찰나 아네스가 문을 빼꼼 열고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하고 그냥 가려고 한다.


“어?! 엄마 바쁘구나. 나중에 얘기할께”


“왜?! 무슨일이야?”


“급한거 아냐. 엄마 할 일 먼저해”








나는 항상 머릿속으로 ‘아이는 내 아바타가 아니야’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사람마다 다 생각이 달라’ 라고 가르치기도 한다.


아이들에게 엄마 방에 들어 올때는 노크를 하라고 가르쳤지만 정작 나는 허락 없이 벌컥 벌컥 문을 연다. 아니 사실 문을 닫지 못하게 안전가드를 설치해 놓았다.


하지만 요 며칠 무심결에 했던 나의 행동을 돌이켜보면 ‘아이들은 내가 부탁을 하면 지금 당장 반드시 들어줘야한다’ 는 전제가 머릿속에 깔려있는 것이 보인다.


아이들은 언제나 내게 와서 묻는다. ‘엄마 지금 시간 돼요?!’ 아이들은 항상 나의 시간을 허락 맞고 사용하지만 정작 나는 아이들 시간까지 내 시간처럼 이용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나의 문을 두드리고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듯이 나 또한 아이들의 문을 열 때는 먼저 노크를 하고 준비할 시간을 줘야한다는 것을 배운다.




나는 먼저 행동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행동하기 전에 나에게 준비가 됐는지 묻지 않고 바로 행동하고 직접 경험하면서 깨닫고 수정 ‧ 보완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먼저 행동하고 나서 버거운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때서야 준비 없이 시작한 나의 행동에 후회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에게 양해를 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듯이 나에게도 가끔은 양해를 구하고 준비할 시간을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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