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의 중독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다.(2023.12.25. 월)
'엄마 크리스마스인데 (오늘) 뭐 먹을 거야?!'
'엄마, 나 졸업인데 선물로 페레로로쉐 초콜릿 사주면 안 돼?!'
12.25일은 크리스마스이고 12.31일은 한해의 마지막 날이며, 1.1일은 새해의 첫날이다. 사람들은 이 날을 모두, 다른 하루와는 다른 '특별한 하루'라고 말한다. 올해는 3개의 특별한 하루에 아녜스의 졸업까지 더해서 4개의 특별한 하루가 7일 안에 모두 들어있다. 특별한 하루에는 매일 먹는 밥 말고 다른 특별한 밥을 먹고, 평범한 일상과 다른 특별한 일상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쉬는 숨마저도 특별해야 할 것 같은 하루다. 어째 특별한 하루는 매해 하루하루 늘어만 가는 것 같은데, 나는 매일매일이 더 평범해지는 것 같다. (이러다 365일 모다 특별한 하루가 돼버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엄마. 여기 유명한가 봐.'
'왜?'
'사람들이 엄청 많잖아!'
특별한 하루를 특별하지 않게, 그저 어제와 같은 오늘쯤으로 여기는 나는, 이런 특별한 날이 참 특별하게 귀찮다. '됐어. 어제와 같은 하루야. 남들 하는 것처럼 저렇게는 못하겠다. 난 그냥 평범한 하루를 보낼 거야'라고 속엣말을 해보지만, 아이들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크리스마스카드와 선물을 준비하고, 평소 잘 찾지 않는 음식점을 찾는 나를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특별함에 중독'되어 버린 이 시대를 사는 '현대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