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정혜신 작가님의 책을 몇 권 읽었지만, 제 생각을 덧붙이지 못해 독서기록을 남기지 못했어요. 이번 책도 그렇네요. 문장 하나하나 온전히, 순수하게 기억하고 싶어서 그래요. 사람공부를 하고 싶은 분은 꼭 한번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그래, 그럴 수 있지'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나와 타인, 세사에 대한 이해가 좀 더 확장된 느낌입니다.
2024년이면 세월호 참사 10주기입니다. 이렇게 글자로 적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픈 참사예요. '내 고통을 세상은 잊었다는 느낌은 사회적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에게는 치명적'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았습니다.
잊지 않고 꼭 기억하겠습니다.
정혜신의 사람공부/정혜신/창비/교양인문/150p
7p 내가 만나는 이들이 모두가 하나의 개별적 존재들이라서 그랬다.
11p 진료실의 환자는 의료적, 병리적 존재이지만 동시에 철학적 존재이자 역사적 존재이기도 하다.
26p 실제로 치유가 절박하게 필요한 순간, 사람 숨이 넘어가고 가슴이 찢겨나가는 것 같은 참혹한 고통의 현장에서는 막상 심리치료나 심리상담 관련 전문가와 그들의 자격증이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31p 상담이란, 내 고통을 누군가에게 토해내는 일이란 기본적으로 몸과 마음의 이완과 함께 일어나는 일입니다... 중략... 상담이란 건 기본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과정, 자기 고통에 집중하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트라우마 피해자들이 갖는 깊고 집요한 감정은 다름 아닌 '죄의식'입니다... 중략... 죄의식이 너무 크면 사람은 '자기 처벌'을 합니다. 자기 몸을 함부로 다루는 거죠. 자기를 보호하지도 않고, 그럴 자격도 없다고 믿는 겁니다.
41p 트라우마는 내면의 갈등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외부의 사건으로 인해서 삶 전체가 틀어지고 무너져내리는 것입니다... 중략... 트라우마 피해자는 정신과 환자가 아닙니다. 트라우마 피해자는 '외부적 요인'(사건)으로 인해 내가 유지해 오던 심적, 물적 균형이 무너진 상태에 처한 사람이에요.
43p 마음을 여는 행위는 <당위적인> 이유로 되지 않습니다.
46p 정말로 필요한 도움이란, 지금껏 자기가 구축해 온 모든 세상이 완전히 무너져버렸지만 나 자신까지 무너진 건 아니라는 걸 확인할 수 있어야 해요... 중략... 자기 면역력이 전혀 없으면 의사가 아무리 좋은 항생제를 투여해도 병을 이기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죠... 중략... 여기가 어딘지, 내가 왜 이곳에 와 있는지 알아야 움직일 수 있어요.
48p 사람은 자기가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상황에 대한 자기 주도권을 찾을 수 있고, 그래야만 비로소 상황에 대한 자기 통제력이 생깁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이런 유의 일반적인 상담이 아니라 자기가 처한 심리적 상황에 대한 자상한 설명입니다. 자기 상황을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스스로 자기 통제력을 갖추게 해주는 거죠... 중략... 그렇게 앞으로 닥쳐올 증상들에 대해 피해자에게 미리 알려주면 그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덜 당황하고 덜 압도될 수 있습니다.
55p 상담이란 모른 지기 이러이러한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내 전공은 무슨무슨 심리치료 기법이다라면 상황보다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몰입이 더 강한 경우가 현장에서 심리상담이나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을 더 쓸모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56p 모든 인간은 치유적 존재라는 것을 더 분명하게 확인했어요... 중략... 치유란 그 사람이 지닌 온전함을 자극하는 것, 그것을 스스로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래서 그 힘으로 결국 수렁에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거죠. 내가 가진 전문가로서의 역량이 있다면 오로지 그걸 하는 데 모두 쏟아야 한다고 느껴요.
68p 처음에 공부를 시작한 이유가 자격증을 손에 쥐는 것은 아니었을 덴테... 중략... 공부라는 것이 무엇이고 이 학문과 이 방면의 공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본래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72p 아무리 빼어난 이론이라도 이론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에 주목하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것, 그것이 가정 근원적인 치유적 태도라 생각해요.
75p 피해자의 어떤 모습이 내게 왜 이렇게 거슬리는 걸까, 힘들지만 그런 점검과 성찰을 끊임없이 할 수 있어야 해요... 중략... 내가 불완전한 인간이라는 것을 일상에서 자각할 수 있고 끊임없이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심리적인 힘이 있는 사람, 그것이 '타고난 치유자'입니다. 그것을 아는 것이 바로 공부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아닐까 싶어요.
101p 우리는 모두 사람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마음속에는 서로 모순된 여러 감정들이 동시에 있을 수 있어요.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하든 어떤 위치에 있든 심리적, 육체적으로 한계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되죠.
114p 아무도 모른다. 홀로 고립되었다. 내 고통을 세상은 잊었다는 느낌은 사회적 트라우마의 피해자들에게는 치명적이에요.
118p 이웃이 겪고 있는 고통에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나요?
121p 이론을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거죠. 진짜 앎에서 멀어지는 지름길입니다.
132p 충분히 그리워하고 기억하고 슬퍼할 수 있으면, 슬픔도 그리움도 충분히 느꼈다는 느낌이 들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144p 사람의 마음이란 것은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으니 이해하고 접근하기가 막연하고 모호합니다.
149p 정신의학, 심리학 분야도 정신과 의사나 상담가 중심, 학문과 학파 중심의 전문가가 아니라 '상처입인 사람 중심'의 전문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