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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Feb 12. 2024

평생 닿지 않을 평행선「가족의 두 얼굴」

상처에 상처가 더해, 더 깊고 진하다. (2024.1.3. 수)


평생 닿지 않을 평행선

2023년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부모님과의 관계였다. '이젠 좀 괜찮아지는구나' 하는 희망이 생기다가도 반복되는 좌절에 무척 고통스러웠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이만큼 키워줬는데, 뭐가 그리도 원망스러우냐? 네가 지금까지 부모에게 받은 것이 어디 상처뿐이더냐?' 하는 자책과 죄책감, 그리고 '내가 무엇이 그렇게 잘못했기에? 부모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라는 분노, 원망, 서러움이 공존한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가 풀 수 없는 '고르디우스의 매듭'같아 가슴이 꽉 막힌 듯 답답하다. 2023년 마무리도 2024년 시작도 하지 못한 이유 중 제일 큰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부모님과 나는 평생 닿지 않을 평행선위를 걷는 것 같다.


가족의 두 얼굴 40p> 상처를 경험한 사람이 더 아프다.


가족이니까 더 아프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먹어본 음식이라 했던가. 반복되는 생채기 속에 익숙해질 법도 하겠건만, 부모님과 부딪칠수록 어째 더 아픈 것 같다. 가족으로 유발되는 상처는 지금_여기에서 경험하는 상처에 과거에 경험했던 모든 상처가 더해져 더 깊고 진해진다. 어떻게 하면 이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미친 듯이 정답을 찾아 매지만,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


가족의 두 얼굴 190p> 심리적 방어기제 가운데 가장 복잡한 형태는 투사와 동일시가 하나로 혼합된 듯한 투사적 동일시이다... 중략... 동일시가 상대방을 자신과 같은 존재로 여기며 일방적으로 애증을 주는 기제라면, 투사적 동일시는 상대방에게 내 정신과 감정 상태를 로봇처럼 아바타처럼 움직여 재현시킨다는 차이점 있다.


'너 숙제했어?'

'밥 먹고 하려고'

'지금 몇 신데 아직도 숙제를 안 한 거야?!'

외출하고 돌아온 나는 몸도 마음도 피곤하다. 피곤한 몸 그대로 침대에 누워 쉬고 싶지만, 저녁을 준비해야 하고 외출하느라 못다 한 집안일을 하려니 '짜증'이 난다. '짜증'은 희번덕 거리며 누울 자리를 찾아 나서고 금세 '희생양'을 찾아 그 다리를 뻗는다. 그 '희생양'은 언제나 내가 제일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이다. 사람들을 만나느라 피곤했던 몸과 마음이 '너희들'때문에 힘든 '몸과 마음'으로 바뀌는 건 순식간이고, 집안분위기는 내 기분만큼 '짜증'스럽게 변한다. 마땅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나는 그 속에서 '안전함'을 느낀다. 심각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모순

어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아녜스와 테레사는 항상 내 얼굴표정을 살핀다. 내가 조금이라도 무표정하게 앉아있으면 '엄마, 오늘 기분 안 좋아'하고 묻는 아이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언제 불화살이 날라 올지 모르니 항상 부모님 눈치를 살피고 그들의 기분을 맞추려고 노력했던 내 모습이 보여 더 '화'가 난다. <투사적 동일시> 이 문장이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일상에 얼마나 많은 순간들이 <투사적 동일시>로 이루어졌는지 알아차리는 순간 모순적인 내가 보인다.


'아... 미련스러운 인간아. 알아차림의 순간, 너에게 묶인 하나의 매듭을 끊어 냈건만 왜 너는 기쁨보다 대견함보다 또다시 너를 물어뜯을 생각만 하는 것인가'


가족의 두 얼굴 191p> 이처럼 가정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투사 동일시. 투사적 동일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중략... 그 사실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가족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정한 행동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중략... 가족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패턴을 찾아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방어기제의 이름을 붙이면 그 부작용을 해소할 길도 열린다.


반복패턴

부모님은 서로를 비난하고 싸우는 일상이 더 편안한 사람들처럼, 조금이라도 평화로운 상태가 지속되면 불안한 사람처럼 다투셨다. 그리고 부모님의 이런 패턴 속엔 항상 '내가' 있었다. 부모님은 도대체 무엇을 반복하고 계셨던 걸까? 나는 왜 아직도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리고 나는 또 무엇을 대물림하고 있을까?


가족의 두 얼굴 190p> 투사적 통일시가 상습적인 방어 기제로 고착되면 가족들 모두 고통에 빠진다. 가족들끼리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아바타로 만들어 자기감정을 표현하거나 해소시키다 보면 자기의 화나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숨은 조종자가 누구인지, 실제 의도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왜 미워하는지, 왜 함께 사는 것이 힘든지, 어디서 고통이 시작되었는지 알지 못한 채 감정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내가 해내고 싶은 것

나는 행복하지 않은 부모님을 보는 게 힘들다. 우리 가족은 왜 서로를 미워하는지, 왜 행복해질 수는 없는지, 이 고통의 근원이 왜 서로에게 '너'일 수밖에 없는지, 얼마나 많은 감정이 얽히고설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만들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그리고 반드시 그 이유를 찾고 싶고, <가족의 두 얼굴>을 읽고 알아차린 것처럼 나에게 얽히고설킨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끊어내고 싶다.




가족의 두 얼굴/최광현/부. 키/심리학/261p


25p 프롬은 상담이란 자신을 알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 말을 따져보면 상담을 받는 행위 자체가 정신적 치유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담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앎으로써 불행의 반복으로부터 벗어나는 실마리를 얻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략... 단순히 머리로 아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감정으로 아는 것이다.


35p 몸은 우리의 마음속 트라우마를 기억하고 있으며 어느 순간 그 기억을 재생시킬 수 있다.


39p 최근 심리 생리학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 경험이 내 속의 생화학적 작용을 왜곡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이 가다 하게 분비되고 점점 더 신경이 예민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성인이 되면 사소한 스트레스까지도 호르몬 방출 체계를 무너뜨리고 온몸이 경보 태세가 되어 무기력해지고 점점 우울해진다. 이 상태가 지속되거나 빈번해지면 우울증 공포 불안 강박 등 여러 다른 스트레스성 질병의 노출될 수 있다.


40p 상처를 경험한 사람이 더 아프다... 중략...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많이 받은 사람은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지 못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들은 스트레스 대처 시스템의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중략...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들이 자기 몸을 떠나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이는 중독이다. 알코올 니코틴 도박 게임 섹스 등의 의존하여 평상시 자신의 몸 상태에서 잠시 벗어남으로써 트라우마의 고통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는 것이다.


41p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처 난 부위를 자아내고 그 위에 붕대를 감아야 한다... 중략... 가족치료사인 버지니아 사티어가 상처받은 개인과 가족을 상담할 때 사용한 붕대는 접촉이었다... 중략... 신체 접촉은 뇌의 접촉이고 뇌의 접촉은 결국 마음의 접촉이다.


64p 불행한 가족 관계 안에서 성장한 자녀들은 어릴 적 부모가 물려준 영향이 너무나 크다. 고통스러웠던 가족관계가 주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만성화되어 이런 부정적인 상태에 놓여 있을 때 오히려 편안해진다.


65p 가족 문제의 세대 전수는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보외는 문제에 직면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가족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92p 글쓰기로 내면 아이와 대화하기... 중략... 우리 아내는 오랜 고통을 반복하는 과거의 상처받은 내면 아이가 있다. 어린 시절의 탐색 작업을 통해 어린 시절의 나와 연결되었다면이 내면 아이와 대화를 해보자... 중략... 내면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효율적인 방법은 글쓰기이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다 보면 내면 아이와 현재의 나 사이의 분화가 잘 안 될 수가 있는데 근로 정리해 두면 두 주체의 차이점을 더 명징하게 드러낼 수 있다... 중략... 이런 과정을 통해 성인은 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해결되지 못한 욕구와 감정을 있는 그대로 공감하게 된다.


127p 어린 시절 생존하기 위해 부모의 사랑이 필요했다면 성인에게는 주변의 인정이 필요하다.


146p 가족 관계에서 스스로 맡아야 할 그 이상의 역할은 내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인식하는 바로 그 지점에서 오히려 가족의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된다.


149p 보스조르메니 나지는 부모에게 이용당한 자녀가 자신이 당한 것을 다시 되돌려주려 할 때 행사하는 권력을 파괴적 권리라고 이름 붙였다.


168p 삼각관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불안이다. 불안이 심할수록 사람들은 삼각관계를 통해 대처하려고 한다.


188p 심리적 방어기제 가운데 가장 복잡한 형태는 투사와 동일시가 하나로 혼합된 듯한 투사적 동일시이다... 중략... 투사적 동일시는 상대방에게 내 정신과 감정 상태를 로봇처럼 아바타처럼 움직여 재현시킨다는 차이 있다. 투사적 통일시가 상습적인 방어 기제로 고착되면 가족들 모두 고통에 빠진다. 가족들끼리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아바타로 만들어 자기감정을 표현하거나 해소시키다 보면 자기의 화나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워진다.


191p 이처럼 가정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투사 동일시. 투사적 동일시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중략... 그 사실을 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가족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일정한 행동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중략... 가족 사이에 만들어져 있는 패턴을 찾아내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방어기제의 이름을 붙이면 그 부작용을 해소할 길도 열린다.


197p 중독 방어기제는 우리 내면의 상처 입은 감정을 곧바로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208p 건강한 자기애와 자존감 현성에는 무엇보다 어린 시절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략... 아동상담과 도널드 위니코슨 자녀에게 건강한 자기애를 형성하려면 안아주기 일괄성 있게 다루기 적절하게 아기의 욕구를 받아주는 좋은 엄마 아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때에 좋은 엄마 아빠랑 자기 자리를 충실히 지키면서 최선을 다하는 괜찮은 엄마 아빠를 말한다. 완벽하기보다는 때로 실수하지만 잘못을 수정할 수 있는 부모이다.


209p 원래부터 자기애가 부족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없다. 어린 시절 불행하게도 잘못학습된 결과 일 뿐이다... 중략... 우리가 낮은 자존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에 있는 면방을 주는 자아를 발견해야 한다... 중략... 우리 내면에 있는 면박꾼은 이런 말들을 주로 한다.

너는 사랑받을 가치가 없어

누구를 닮아서 그러니

너 때문에 못살아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모든 게 다 내 탓이야


210p 먼저 내 안에 있는 나를 힘들게 하는 면박군의 소리를 수첩에 적어보자.


224p 인간의 내가 가장 기쁨을 느낄 때는 다른 사람과 소통을 나눌 때라고 한다. 특히 상대방과 눈을 마주 보면서 소통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229p 사랑은 마음으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대화와 포옹을 통해 전달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깨어진 소통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은 경청이다... 중략... 다음으로 진실한 소통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것이다. 자신이 느낀 감정을 그대로 왜곡하지 말고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233p 한 대상에 대해 애정과 증오 독립과의 존엄 존경과 경멸 등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갖는 양가감정이 드러나는 소통을 이중 메시지 또는 이중구속이라고 한다... 중략... 대화를 할 때 상대방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보통 한 개여야 하는데 두 개 이상 그것도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면 상대방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더 나아가 정신분열증까지 유발할 수 있음을 규명한 것이다.


248p 정서적으로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누가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가 보다는 스트레스를 얼마나 잘 다루는 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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