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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언어>

독서기록(2025.05.08)

by 아가다의 작은섬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한동안 활자가 지겨워서 책을 읽지 못했다. 그나마 지금은 책을 읽을 수 있으니 감사하다. 그런데 아직도 글 쓰긴 싫다... 그래도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은 해야지...




유명 인사의 자살 보도가 더 많은 자살로 이어지는 현상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한다. 저자도 이 책이 또 다른 자살을 불러오지 않을까 우려하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그들의 고통에 다가가고 가치를 박탈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저술한다.


저자는 본인의 가족 안에서 발생한 죽음을 통해 나쁜 죽음, 자살의 권리, 남겨진 사람들의 의문과 죄책감 그리고 자살의 기원을 역사와 문화를 통해 살펴본다. 자살을 인간의 자유이자 권리로 접근한 나라에서 조력 사한 사람들의 사례를 통해 자살을 좀 더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 한다.


죽음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자살은 어떤 종류의 죽음에 속할까?

왜 자살은 나쁜 죽음에 속하게 된 것인가?

자살을 개인의 권리로 존중해야 할 것인가?

자살을 개인의 자유로 종속할 경우,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은 대부분은 누구인가?

만약 우리나라에서 자살이 합법화된다면?




자살의 언어의 저자 크리스티안 뤼크는 '삶은 우리의 행위일 뿐, 무언가를 보여주어야만 하는 게 아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된다'라고 말하며, '내게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 내 삶이란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삶이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삶이다.'라고 말한다. 내가 죽음을 앞두고 내 삶의 의미를 어떻게 평가할까? 생각해 보았다.

'충분히 웃었다'

'충분히 울었다'

'충분히 살았다'


친구들이 <폭싹 속았수다>의 감상평을 물을 때면, '나는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라고 답하면서 왜 내가 아름답다고 느낄까?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 없었는데 애순이는 삶이 힘들 때 충분히 울었고 기쁠 때 충분히 웃었다. 사르트르는 삶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선택이라고 했다. 삶의 과정이든 결과든 모두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졌기에 의미 없는 순간이 없었다. 그 선택의 순간을 충분히 웃고, 울던 애순이와 관식의 삶은 충분히 아름다웠다.


자살과 조력사의 윤리에 관한 책을 기술한 마거릿 팹스트 배틴(본 문내용 중 페기)는 조력사의 근거로서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는 자율성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권리를 든 바 있다. 그녀에 말에 의하면 내가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고, 감사함이다





자살의 언어/크리스티안 뤼크/김아영 옮김/북라이프/291p/교양인문


18p 누군가의 영원한 부재만큼 그 사람의 존재를 또렷하게 느끼게 하는 것은 없다.

22p 사람들은 자살을 가장 외로움 죽음이라고들 한다. 마치 한밤중의 도둑처럼 남몰래 준비한 끝에 홀로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말이다.

37p 자식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 중략... 이들 부모에게는 한 가지 고통점이 있다. 바로 이제부터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소되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는 것이다.


39p 자살관념이란 자살을 탈출구로 생각하는 것부터 직접 죽겠다는 더욱 강렬한 생각에 이르기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40p 자살 시도 생존자를 인터뷰한 연구에 따르면, 약 3분의 1은 자살 관념을 오래 겪지 않으며, 대체로 자살 시도 한 시간 전에 목숨을 끊겠다는 생각이 드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종종 자살 시도가 빠른 시간에 이루어지므로 다른 사람은 알 겨를이 없는 셈이다.


50p 자살 연구자 타일러 블랙 '당신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놓치지 않았다. 당신이 애도하는 죽음은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성격의 것이다. 누군가 자살로 사망할 경우 우리의 뇌는 자신에게 끔찍한 짓을 한다. 예를 들면, 직접적인 원인을 찾거나(항상 틀린다), 구조하는 상상을 하거나(거의 불가능하다), 뒤늦게 깨닫고 다시 시작하는 상상을 한다(결코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없다). 당신은 당신이 인지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상신이 가진 역량 안에서, 당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106p 사피언스의 뇌_인류가 발전함에 따라 자아 성찰 등 인지 능력 역시 발달했다. 또한 미래를 상상할 수도 있게 되었다... 중략... 그러나 끔찍한 고통한 인간의 필멸성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맞물리면 자살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113p 자살 관념이 들 때 대개 기력을 잃는다는 사실은 또 다른 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는 우울증을 경험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무기력함을 겪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기 위한 힘을 끌어모으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114p 죽음에 이르게끔 자기 자신을 다치게 하기 위해서는 살고자 하는 본능을 꺾어야 한다.


141p 죽음의 의사_필립 니츠케 자살기계 제작... 중략... 구원이라는 이름의 죽음 기계. 고통 없이 확실하게 자살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유포하면서 우울증을 알흔 사람 등 소위 죽을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까지 확산하지 않도록 보장할 방법은 없다.


152p 왜 (자살) 하지 않고 한 거죠? 나탈리는 '전 아주 많은 걸 배웠거든요. 어떻게 하면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는지 말이에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삶 말고, 가면을 벗고 살 수 있는 삶을요'... 중략... 나탈리는 지금 생각해 보면 기분이 더 나아질, 나이를 먹을 시간이 필요했던 듯하다고 회상했다. 어떤 일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더 쉬워지기 마련이지만 자신도 더 어렸을 때는 그걸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말이다


215p 인간적인 현상으로서 유의미함을 느낀다는 것은 동시에 그 반대되는 상황, 즉 의미를 상실했을 때 취약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17p 연구원들은 적극적으로 맞서다가 포기하는 과정에서 물고기 뇌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았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에게는 위협에 맞서 에너지를 소비할 가치가 있거나 혹은 가만히 숨죽이며 에너지를 아끼고 힘들 시간이 지나길 기다리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하는 내적 프로그램이 있다고 추정한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적극적인 회피 전략에서 소극적인 수용태도로의 전환은 뇌의 특정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24p 대체로 의미 있는 삶이란 목적을 실현하고 어떤 식으로든 인상을 남기는 삶이라고들 한다... 중략... 삶의 의미란 흔하디 흔한 질문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삶은 존재할 따름이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서사, 즉 의미가 필요한 주체는 바로 우리 자신이다. 삶은 우리의 행위일 뿐, 무언가를 보여주어야만 하는 게 아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된다(231p)... 중략... 내게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삶, 내 삶이란 내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삶이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삶이다.


236p 그는 자신이 희망을 나눠 준 모든 이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계속해 살아가야 한다. 캐빈은 자살 관념을 '일생일대의 거짓말쟁이'라고 부른다. 자살 관념이 하는 말을 믿는 것은 문자 그대로 위험한 행위다.


243p 대개 사살은 무척 사적인 사건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바로 이 다리에서는 공개적으로 자살이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도록 말이다. 마지막 순간이 목격되게 하는 것이다.


245p 케빈은 싸움을 이어 나갔으며 정신병이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받아들이고 기본적인 습관을 들이기 위해 애썼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먹고, 움직이기 말이다. 케빈이 자살 관념을 대처하는 법을 익혔다. 중요한 것은 네 단어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지금 도움이 필요해요'


253p 식품 보조제인 엽산을 연구한 한 미국 연구에 따르면, 엽산을 섭취한 사람은 자살 시도를 덜 한 것으로 확인됐다.


261p 루네손은 '자살은 맑은 하늘에 날벼락처럼 벌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구름 낀 하늘에 벼락이 치는 것과 비슷하죠'


268p 페기는 조력사의 근거로서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는 자율성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권리를 든 바 있다.


274p '저는 제 환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 역할은 삶의 편에 서 있는 거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환자들이 절 찾아오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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