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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an 09. 2024

느슨하게~

난 느슨하게 살기로 했다. (2024.1.2. 화)


그나마 다행이다.

아무 의욕이 없지만, 책은 읽고 싶다. 오늘은 열심히 뜨개질도 했다. (아이고 어깨야.. 음 의욕상실이 맞아??!!) 의욕상실로 제일 답답한 것은 바로 글쓰기다. 유시민 작가는 그의 저서 글쓰기의 특강에서 '말이든 글이든 원리는 같다. 언어로 감정을 건드리거나 이성을 자극하는 것이다. 생각과 느낌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이 된다. 생각이 곧 말이고, 말이 곧 글이다. 생각과 감정, 말과 글은 하나로 얽혀 있다. 그렇지만 근본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말하듯 글을 쓴다.

말의 근본은 생각이라는데 지금의 나는 아무 생각도 하기 싫다. 그래서일까? 글씨기가  고통스럽다.(이게 머슨일이고~!) 몇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있어도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억지로 몇 자 적지만, 두서도 없고~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마무리되지 않은 글만 쌓여간다. 책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도 부산스럽게 정리되지 않아 '독서기록 되지 못한 책'들만 쌓여간다. 답답하고 갑갑하고 초조하고 불편하지만, 나를 채근하지 않고 가만히 그 마음에 머무르기로 했다.


가만히 그 마음에 머무른다.

지치고, 공허하고, 허탈하고, 씁쓸한 마음과 함께 무기력이 찾아올 때면, 온몸과 마음에 맥이 빠져버린다. 맥 빠진 일상처럼 내 삶도 함께 맥 빠져버릴까 두렵다. 그래서일까. 나는 무기력 앞에서 항상 조급해져 오만가지 방법을 다 동원해 벗어나려고 안달한다. 나의 안전한 일상이 무너져버리지 않도록.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닦달하다, 이 사달이 났으면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더 닦달해 버렸으니 마음이 갈 길을 잃어버렸다. 이런 와중에도 온통 열심히 살 계획뿐이다. 계획대로라면 나는 아마도 2024년도 열심히 살 것이다. 그럼 또다시 온마음과 몸에 맥이 빠져버리겠지.


느릿 느릿느릿 나무늘보-에릭 칼
마침내 나무늘보가 대답했어요. '내가 느리고, 조용하고, 따분한 건 맞아. 나는 꾸무럭 꾸무럭 굼떠. 그리고 침착하고, 나른하고, 욕심이 없고, 무덤덤하고, 담담하고, 차분해. 또 온화하고, 고요하고, 부드럽고, 느긋하고, 음......, 느슨하지! 나는 편안하고, 잔잔하고, 평화롭게 사는 게 좋아. 하지만 나는 게으르진 않아.' 나무늘보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더니, 이어 말했어요. '나는 원래 이래, 나는 모든 걸 느릿, 느릿, 느릿하게 하는 게 좋아.'_느릿, 느릿, 느릿 나무늘보/에릭칼


'느슨하다! 그래 나 요즘 느슨하다!'


삶이란 동전의 양면과 같고, 선택 앞에서는 종이 한 장 차이만 있을 뿐이라 했던가. 단어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삶 자체가 느슨해진다. 느릿느릿 느슨하게~ 나무늘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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