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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가다의 작은섬 Jan 15. 2024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친다

묶여 있는 내 삶을 흐르게 한다. (2024.1.15. 월)



어제부터 허지희 작가님의 <책에서 한 달 살기>를 읽고 있다. 요즘 읽고 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인지 읽고 쓰는 책들에 관심이 많다. 작가님은 <아무튼, 비건>을 읽고 평소 고민하던 비건의 삶을 실천한다. 나는 작가님이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했다'라고 결심한 것보다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기로 했다'라고 다짐(?) 한 것이 무척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보통 세 가지 이유, 동물, 환경, 건강 때문에 비건이 되기로 결심하는데, 작가님이 비건의 삶을 선택한 것은 환경과 건강 때문이다. 그래서 왠지 전자보다 후자의 결심이 작가님의 비건 이유와 아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책에서 한 달 살기 106p>... 중략, 마음이 약해지려고 할 때마다, 쏟아지는 질문에 편히 대답하고 싶을 때마다, 외로워서 마음이 통하는 이와 대화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펼쳤다. 책을 펼치던 나의 표정은 엄마의 손을 급히 붙잡는 어린아이의 그것과 비슷했을 것이다.


이 문장을 읽고 '나돈데...'라고 조용히 읊조렸다. 무언인가 결심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꾸준히 실천하기란 결심만큼 쉽지 않다. 아녜스가 '엄마'인 나로 인해 힘들어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변화'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어떻게 변해야 할지 몰라 책을 펼쳤다. 하지만 삶은 비슷한 상황을 계속해서 연출하고 우리는 습관처럼 과거의 선택을 반복한다. 변화란 '나'라는 사람이 180도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습관처럼 반복해 오던 선택을 바꾸는 것이다. 책은 똑같은 일이 반복될지라도 나에게 다른 선택을 있다고 알려준다.


사람을 만나도 외롭고 허한 날들이 많았고, 내 삶인데 사랑스럽지 않은 날들로 가득했다. 지금의 나는 건강한 외로움을 즐기는 방법도, 내 삶을 사랑하는 지혜도 책에서 배운다. 삶이 힘겨울 땐 '동아줄'처럼, 때론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친구'처럼, 수많은 난제 앞에서 삶의 지혜를 알려주는 '스승'처럼 책은 그렇게 내 삶에 스며들었다. 책이 나에게 스며들 때마다 나는 까발려지고 또 까발려진다. 이제 더 까발려질 것이 있을까 싶은 그 순간까지도 책은 나를 까발려 버린다. 까발려지는 순간 아픔도 느끼지만, 그만큼 나를 더 '사랑'하게 된다.


이렇게 수많은 이유 중에서도 내가 계속해서 책을 펼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세상은 계속해서 나를 세상 속에 묶어버리는데 책은 묶여 있던 내 삶을 계속 흐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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