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알람이 울려대는 소리를 들었지만 몸이 천근만근이다. 어제저녁 요셉과 영화 '범죄도시 4'를 본다고 늦게 자서 그런가? 안 되겠다. 좀 더 자야겠다. 이불속으로 파고들어 얼마나 더 잤을까. 한참을 잔 것 같은데 눈이 뜨이지 않는다. 온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아프다.
토요일엔 온몸 구석구석 안 아픈 곳이 없더니 일요일엔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물먹은 솜처럼 침대와 한 몸이 되어 계속 잤다. 일요일이 되니 요셉도 목이 아프다고 하고 둘째는 이제 열까지 난다. Jesus! 나와 테레사는 병원진료 이후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는데 어찌 시간이 갈수록 더 아프지?! 그나마 아녜스는 살아남았다.
무더위가 찾아오고 집에 에어컨을 가동한 뒤 테레사가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테레사 병원진료를 다녀오고 다음날 아침 나도 목안쪽 코부위가 왕창 부어있음을 느꼈다. 상당히 불쾌한 징조다. 집에 있는 상비약으로 어떻게든 버터 보았지만 염증이 점점 아래쪽으로 내려가더니 이젠 목 전체가 붓고 쓰리고 아프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병원에서 주사한대 맞고 왔는데도 도통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주사도 약도 내성이 생긴 건지 아니면 감기가 더 독해진 건지. 주사한대 맞으면 웬만한 감기는 싹 낫는데, 이번 감기는 주사 한 대 맞고 약 먹는 사이에 오히려 더 독해졌다.
코로나 펜더믹 이후로 감기바이러스가 더 독해졌다고 한다. 아니면 몸이 예전 같지 않은 걸까? 지구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으면서 그 속에 '냉각'되어 있던 어마무시한 바이러스들이 깨어나고 있다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빙하 속에 있는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없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 속에서 깨어나는 바이러스의 대 재앙에 대해 경고한다. 하지만 당장 살인적인 더위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은 현대 문물에 기댈 수밖에 없으니 이를 어쩐다.
장마기간, 습도와 온도가 매우 높아 찌는 듯 견디기 어려울 만큼 무덥다. 어쩔쏘냐? 난 오늘도 보일러를 틀고 에어컨을 가동했다. 보이지 않는 미래를 상상하며 불안해하는 것이 인간이고, 당장 내 눈앞에서 벌어지지 않는 대 재앙 따위야 '게 눈 감추듯' 잊어버리는 것 또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