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자랐습니다. 눈만 뜨면 볼 수 있는 것이 산이고 들이라 자라는 내내, 자연을 못 보는 아쉬움 없었습니다. 그 시설 자연을 마음껏 경험해서 일까요? 그것이 지금 내 마음에서 어떤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알기에 <마음정원>을 읽는 동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험을 아이들은 당연하게 보지도 경험하지도 못하고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나마 지금 사는 곳이 공원이 많아서 서울 한복판보다는 자연과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제가 어릴 적 경험했던 자연을 이 아이들은 경험할 수는 없겠죠. 오염 걱정 없이 마음껏 흙을 밟았고 물에 빠졌으니까요. 봄이면 진달래, 개나리가 만발했고 가을엔 코스모스가 만발한 길을 원 없이 걸었죠. 비가 오면 물 만난 물고기처럼 비를 맞으면 뛰어놀았습니다. 겨울엔 온 동네 아이들이 도랑 얼음판에 모였죠. 나이가 들수록 자연과 함께 했던 추억이 점점 더 진해집니다. 이렇게 자연과 함께 했던 경험은 제 삶이 힘들 때마다 나에게 힘을 줍니다. 이게 바로 자연의 힘이죠.
<마음정원. 자연이 그랬어, 마음을 보라고>
크읍! 제목 너무너무 좋지 아니한가요?! 상상해 보세요. 숲 속, 청량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한가운데 서있는 나를요. 생각만 해도 치유되는 기분이지 않나요? ㅎㅎㅎ 이 책에는 작가 한성주 님이 원예치료를 공부하면서 배운 지식과 지혜를 담았습니다. 그래서 심리학적인 용어도 많고 심리이론설명도 많아요. 거기에 본인의 경험을 덧붙였습니다. 특히, 작가님은 힘든 시간을 봉사와 종교로 이겨내셨다고 해요. 그래서 책 중간중간 봉사와 종교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마음 돌보고 치유하는 도구는 사람마다 다르죠. 작가님이 선택한 것은 식물이고요. 작가님은 식물을 통해 몸과 마음, 영혼을 치유하고, 건강인으로 거듭나고, 나와 교감하고, 긍정의 힘을 키우고,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심신을 정화하고, 몸과 마음의 병을 예방하고, 휴식과 여유를 가지고, 오감을 자극하여 인지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헉헉헉 숨 가쁘게 썼어요. ㅎㅎㅎ
요즘 반려동물, 반려식물 하죠. 저도 아녜스를 낳고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했을 때 식물을 키우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습니다. 바빠서 많은 식물을 정리하고 현재는 베란다에 아주 조금 남았는데요. 그 녀석들은 바라만 봐도 좋아요. ㅎㅎㅎ 지금도 꽃집을 지날 때면 한참을 쳐다봐요. 하나 사갈까 하지만 '있는 녀석들이나 잘 돌보자' 하고 발길을 돌립니다. 가끔 꽃 한 송이를 사서 주방 창문 앞에 둬요. 꽃 한 송이가 뭐라고. 하루 종일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오늘 도서관에서 공부하는데 옆 사람들은 햇빛이 들어온다고 모두 블라인드를 내렸어요. 저는 창문으로 보이는 '초록초록'들과 '하늘하늘'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블라인드는 아주 살짝만 내렸어요. ㅎㅎㅎ 우리 너무 숏츠? 만 보지 말고 가끔 고개를 들어서 초록이도 봐요. 그럼 자연이 속삭일 거예요. 나를 보면서 마음도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