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2025.09.02. 화)
와 제목~미쳤다! 그런데 난 이런 제목 너무 좋아 ㅋㅋㅋ
도서관에 대여한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반납카트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제목을 보는 순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떤 장르의 책인지도 모른 채, 일러스트와 책제목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대출했다. 그렇게 빌려온 책을 읽다 보니 페미니스트로 활동하는 작가의 책이었다.
민서영 작가는 한국 사회에 문제의식 없이 녹아 있는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차별’을 합리적이고 경험적인 시선으로, 때로는 지식과 지혜를 덧붙여 통찰한 페미니스트 관점을 일러스트와 글로 풀어낸다.
책을 읽으며 나도 그게 괜찮다고,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155p)
'뭘 이 정도 가지고..'
'뭐 이럴 수도 있지..'
'좀 예민한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은유 작가의 <다가오는 말들>을 읽으며 느꼈던 것처럼, 내가 그동안 살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말과 상황들이, 타성과 관성에 젖어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드는, '망치'같은 책이었다. 작가는 어쩌면 우리가 너무 타성에 젖어 관념적으로 내뱉는 '그럴 수 있지'라는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건 아닐까.
생각해 보면, 시댁에서는 남자가 주방에 들어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아빠, 내가 아빠에게 아침밥을 차려준 이유는 아빠를 사랑해서지, 내가 딸이어서가 아니야'라고 말한 작가의 말처럼, 나 역시 남편을 사랑하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시댁의 문화에 순응하는 선택을 했다. 그것은 ‘나’의 삶이기에 스스로 받아들인 선택이다. 그러나 이 문화를 아녜스와 테레사가 아무 문제의식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 자신의 삶에서도 당연하게 (예를 들어 ‘주방일은 여자가, 힘쓰는 일은 남자가’라는 방식) 순응하길 바라지 않는다. 물론 요셉과 나는 시댁에서는 어느 정도 ‘연기’를 하지만, 우리 집에서는 집안일을 함께 나누고 서로가 잘하는 것을 맡는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되는 상황과 말속에 성별(남, 여) 덧붙이는 순간, 혹시 또 다른 분란이 만들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성이기에, 남성이기에 차별받는다면 인간은 결국 '인간'이라는 이름으로만 남게 된다.
인간은 몸과 마음을 지닌 존재이듯, 성별(남, 여) 역시 인간을 구분하는 하나의 낮은 차원일 뿐이다. 몸만으로, 마음만으로, 혹은 성별이라는 하나의 단면으로만 인간을 바라본다면, 인간은 너무 낮은 차원의 존재로 전략하고 만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이 몸과 마음, 성별을 초월하는 더 높은 존재임을 보지 못한다.
각자는 각자가 잘하는 것을 하면 된다. 분명한 것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잘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성별을 넘어 사람을 존중하는 문화가 우리 삶 속에 더 깊이 자리 잡기를 바란다. 그리고 인간은 인간으로 인해 스스로를 초월할 수 있고, 성숙해 갈 수 있는 존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쌍년의 미학, 플러스/글그림 민서영/에세이/위즈덤하우스/225p
126~127p 그렇다면 이미 이런 추잡한 세계를 알아버린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뭘까? 나는 그 언어를 뺏어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킥킥 웃어대면 왜 웃냐고 끝까지 캐묻고, 그게 웃기냐고 면박 주고, 어떻게 그런 추잡한 행위를 하면서 한 점 부끄러움을 못 느끼냐고 지적하는 것이다... 중략... 그런 것을 용인하는 것이 왜 '쿨'하지 않은 것인지 설명하며, 그런 더러운 행동에 화를 내도 된다고 떠들 것이다.
142p 사실 먹는 모습에서 상대에 대해 많은 걸 읽을 수 있다.--> 급하게, 욕심부리며, 게걸스럽게 먹는 아가다
155p 나도 그게 괜찮다고, '남자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정말 아닌 거 지금은 안다. 진짜 끔찍한 새끼들이고 그걸 괜찮다고 생각한 나 자신이 미원지 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회의감이 드는 건 내 몫이 아니다. 그따위 행위를 하고도 고개 뻣뻣하게 들고 사는 그 남자들의 잘못이고, 그 남자들의 몫이다.
176p 남자가 욕먹는 방법:군대 안 가기, 군대 못 가기, 병역비리. 여자가 욕먹는 방법:여자로 태어나기
181p 페미니스트의 삶이란 반드시 남자가 없어야만 하는 삶(X), 굳이 남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삶(O)
195p '아빠, 내가 아빠에게 아침밥을 차려준 이유는 아빠를 사랑해서지, 내가 딸이어서가 아니야'
213p 이제 나는 연애가 더 이상 결핍된 무언가를 채워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좋아하는 그 행위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
221p 그가 취했던 행동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가 더 이상 페미니즘에 대해 '여성'과 논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225p 나는 남성이 아무리 백날천날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존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게 낮잡아보고 싶지 않다. 입다물 어야 할 때와 발언을 해야 할 대상 정도는 정확히 파악하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