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말들>

독서일기(2025.12.04. 목)

by 아가다의 작은섬

감사랑합니다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나도 이해해'

'그럴 수도 있지'

'왜 그렇게 생각한다니..?'


나는 세상의 모든 이치를 이해하는 사람처럼, 포용하고 수용하는 사람처럼 살아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나의 이해력과 포용력, 수용력은 훨씬 더 좁고 빈약하다는 것을.


‘나의 사고는 바다만큼 깊고 우주만큼 넓다’는 착각이 얼마나 많은 폭력을 조용히 자행해 왔는지도 함께 깨달았다.



나는 아직도 내 안에 타오르는 불을 진화시키는 것만으로도 벅찬다. 그런데 세상을 향해 기꺼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문득 궁금해진다. '나는 언제 저런 마음이 생길까.' 지금은 현장에 나가 그들과 함께 행동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읽고, 쓰면서 세상 곳곳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본다


이 책은, 책 속에 또 다른 책들이 존재한다.

마치 보이지 않는 릴레이 토론현장을 지켜보는 것 같았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서로의 생각이 오고 가듯, 은유작가는 글로 그들과 소통했다. 그리고 자신의 문장에 그들의 문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또 하나의 글을 완성해 낸다.


책에서 발견한 많은 문장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문장 두 개와 나의 생각을 은유작가처럼 덧붙여보면서 이 책에 대한 사유를 마치고자 한다


75p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발견합니다. 글을 써 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원더박스 2018년>


그래, 내 마음을 잘 모르니까 알려고 글을 읽고 글을 쓰는구나. 쓰다가 생각하고 생각하고 쓰다 보면 생각과 쓰기가 하나가 되어 문장을 이룬다. 지금 이 문장처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니고, 글을 쓰면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발견하는 것처럼(75p), 삶도 정해진 운명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알게 되었는지 발견하는 건 아닐까.


289p 복종은 습관이다. 성찰 없는 순종이 몸에 배면 자기의 좋음과 심음의 감각은 퇴화한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를 지키기 어렵다. 시급 한 건 자기 돌봄이다.


나도 모르게 나는 무엇에 복종하면서 살고 있을까? 내가 무엇에 복종하면서 사는지 모른다는 것이 더 공포스럽다. 나도 모르게 나의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는 것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나를 자유롭게 살지 못하게 가로막고 있는가?




다가오는말들/은유/어크로스/교양인문/344p


37p 자신의 고정된 위치를 버리고 다른 존재로 넘어가기. 한 사람의 놀이 능력은 곧 교감 능력이자 변신 능력이고 사랑 능력이나 다름없었다.


47p 우선은 불안과 조급 없이 목소리 없는 이들과 그냥 있는 연습부터 해야 했던 것이다(...) 어떤 목표에 사로잡히면 사람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51p 폭력의 피해를 개인의 박복과 불운으로 취급하는 것 수치심을 심어 주어 침묵을 강요하고 사적인 문제로 돌리는 관습이 얼마나 많은 폭력을 양상하고 방치하는지가(...)


53p 내 내면에 대한 권한을 스스로 가짐으로써 다가오는 침입자에 맞서서 훌륭한 문지기가 되는 것 최소한 왜 그런 걸 묻죠라고 제각 대물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리베카 솔릿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창비 2017년>


55p 엄마가 되고 나면 사라지는 권리들 자아실현이 자잘되는 것이나 경력 단절보다 먹고 자고 누는 기본 생식 활동에 제동이 걸리는 게 나는 더 혼란스러웠다.


61p 애매함을 배척하고 확실함을 동경했다. 표류보다 안착을 원했다. 어영부영 이만큼 떠밀려 오고 나서야 짐작한다. 인간이 명료함을 갈구하는 존재라는 건 삶의 본질이 어정쩡함에 있다는 뜻이겠구나.


69p 나는 좋은 엄마가 되려고 용쓰기보다 묵언 수행하는 엄마로 살고자 했다(...) 그런데 가끔 말의 봉인이 풀려 버리고 나의 어설픈 지배와 통제 욕망이 드러난다


71p '엄마 같은 사람들이 못하게 막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나 같은 사람이 이렇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나도 안 했다. 내 자식만 감싸 돌면서 '이 세상이 어떤 줄 아느냐'라고 하면서 그 세상에 고착시켰다.


75p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발견합니다. 글을 써 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우치다 다쓰루 어떤 글이 살아남는가 원더박스 2018년>


91p 사랑은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치 않다는 점에서 쉽고 자기를 내려놓아야 한다는 점에서 어렵다.


94p 공부란 끝이 없이 사람들과 어울림 속에서 인간답게 사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97p 언제나 삶을 사랑하고 생존하여 살아남을 긍정하는 것을 멈추지 마십시오 <강남순 배움에 관하여 동녘 2017>


99p 사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우리는 공부한다.


109p 우리가 배워야 하는 건 어머니의 은혜가 아니라 어머니의 고통이어야 했다. 평생 밥당번으로 사느니 뼈가 녹는 고충을 당사자들은 제대로 말하지 않았고 구구절절 말하지 않는 고통을 남들이 먼저 알아주는 법이 없다. 그리고 그 고통을 알아보는 능력이 부족하면 나쁜 어른으로 오래 늙는다.


124p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가난을 부끄럽게 여기는 문화가 부끄러운 것이다(...) 개인이 가난해서 빚을 지는 것이 아니라 빚을 지지 않고는 살 수 없는 환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사회에 적응해 나가기 위해 빚을 지는 것이다. <천주희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능해지는가 사이행성 2016>


140p 나는 그에게 공감 훈련을 위해 자신과 대화해 보기를 권했다.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장 먼 존재라고 니체가 일갈했다시피. 가장 먼 타인인 자기 삶부터 들여다보고 자신과 소통을 시도하는 거다.


141p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지. 불행해지기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듯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도 아니다(...) 삶의 유일한 의미는 배움에 있다.


159p 부모 없이 자라는 게 가여워서가 아니라 부모 없이 자랐다는 말을 듣고 살아가야 할 아기가 애처로워서다


161p 사회의 안정망이 없는 사회에서 개인이 기댈 유일한 언덕은 사적 안전망인 가족이라는 얘기다.


165p 소위 원조 교제나 조건 만남으로 불리는 10대 성매매는 동등한 입장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착각을 주지만 한쪽이 취약한 처지이므로 성착취라는 말이 합당하다.


173p 말하지 않으면 모르나 싶지만 정말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 남의 고통을 헤아려 주는 사람은 없다는 것 그리고 내가 뭘 하지 않아도 세상엔 별일이 안 일어난다는 것이다.


179p 자책하는 것과 자기 행동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다르다. 전자는 자기 채찍질로 이어져 자기 연민에 빠져 살게 만든다. 후자는 자기 너머를 보기 때문에 타인과 관련지어 자기 역할을 찾아낸다. <토르디스 엘바 외 용서의 나라 책세상 2017>


189p '해봐서 아는 데'를 넘어보지 않고도 아는 척하는 사람이 되는 것. 몸보다 말이 나아가고 살아내기보다 판단하기를 즐기는 것. 그게 바로 나이 듦의 징조임을 일깨워 준 젊은 동료들이 귀인이다.


195p 일터에서 동료의 괴롭힘으로 자살한 현장 실습샘 김동준 군 어머니를 만났다. 조카들을 보면 아이 생각이 나고 동중군. 외할머니는 죽은 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운다고 칭찬을 주고 마음 정리 잘하라고 형제들은 당부하는데 그 자리가 불편하다고 그렇다고 안 가면 더 걱정하니까 안 갈 수도 없다고(...) 분명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이 나를 아프게 했는데 나한테 뭐라고 말한 게 아니고 때린 것도 아니라서 그게 미치고 환장할 룰이라고 토로했다(...) 동준 군 어머니의 바람은 소박했다. 내 앞에서 아무도 자신 얘기하지. 마라는 부탁이 아니라 나도 자식 얘기를 하고 싶다는 간청에 가깝다.


195p 만약 어느 자리에서든 엄마가 위축되지 않고 괜찮은 적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슬픔을 떠들어댔다면 듣는 사람들이 동정이나 입막음이 아닌 토닥이는 눈길로 들어주었다면 적어도 자신의 존재가 통째로 세상에서 삭제되는 시선의 차별을 겪진 않았을 것 같다.


212p 고 김용균 3차 범국민 추모제에서는 다른 죽음을 막아내고자 목소리를 냈다. 안타깝게도 이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최다 추천을 받았다. '나라를 구하다 죽은 위인도 이렇게 길게 추모하지는 않는다. 이제 그만하라.' 이제 그만하라고 해야 할 것은 무고한 죽음을 양상하는 이 잔인한 체제다.


234p 싱글로 지내면서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웠고 내가 원하는 게 무언지 알았어요. 우리는 나 자신 외에는 아무도 줄 수 없는 최고의 것이 무엇인지 알아요. <레베카 트레이스터 싱글 레이디스 북스코프 2017>


236p 업종을 바꾸려는 순간 이전의 경력과 스펙 몸뚱이가 쓸모 없어지는 '생산성 제로' 인간이 되어 버린다(...) 안다는 건 자기 무지를 아는 것이라는 말대로 소책자의 몇 줄 문장은 내 가치를 흔들어 놓았다. 떳떳한 일이란 무엇인지 좋은 직업은 누가 승인하는 것인지 왜 그들의 행복은 탈 성매매일 것이라고 당연히 규정했는지 혼란스러웠다.


238p 나도 질문을 바꿔본다. 왜 난 돈이란 꼭 어렵게 고생해서 벌어야 가치 있는 것이라고 여겼던 걸까? 나 같은 순치된 인간을 길러낸 세력은 누구이며 그걸로 덕을 본 자들은 누구일까? 나와 상관없어 보이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자기 삶의 문제인지도 몰랐던 문제가 드러나는 경험은 언제나 신비롭다.


246p '전 잘못한 게 없는데요. 안 맞고 강간 안 당하고 사는 게 꿈이에요.' 같은 말들은 당장은 우습고 나약할 줄 모르나 당연한 것을 뒤집어 보게 하는 힘을 가졌다.


254p 3년 전 친족 성폭력 피해 경험을 담은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의 저자 은수현 씨를 인터뷰했을 때다. 그는 가해자로부터 단절된 이후 일상의 평화를 말했다. 요즘 눈에 도끼가 빠졌다는 얘기를 듣고 시끄러운 카페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세월호 사건에 남들처럼 눈물을 흘리는 자신을 보면서 나는 평범해지고 있다고 느낀다고 힘든 각오가 불쑥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더 이상 일상이 엉망이 되지는 않는 상태를 그는 평범함으로 규정했다


289p 복종은 습관이다. 성찰 없는 순종이 몸에 배면 자기의 좋음과 싦음의 감각은 퇴화한다. 자기를 모르는 사람은 자기를 지키기 어렵다. 시급 한 건 자기 돌봄이다.


295p 전쟁으로 군수 산업이 돈을 벌고 힘없는 병사들이 죽어가듯 입시 전쟁에서는 학원 산업이 득을 보고 평범한 아이들은 조용히 쓰러져간다.


303p 세상 어떤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관찰하라. <김영미 그림책이면 충분하다. 양철부 2018>


323p 의사들은 잠을 잘 자고 잘 먹으라고 환자들에게 말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마치 그게 사람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린다 티라도 핸드 투 마우스 클 2017>


326p 어떤 책이 좋았다면 당시 나의 욕망과 필요에 적중했기 때문이다.


336p 파파충은 없다. 남녀가 같이 낳고 같이 키워도 아니면 엄마 혼자 독박 육아에 외로이 시들 어가도 공동체를 오염시키는 존재로 낙인찍히는 대상은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