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독서일기(2025.10.27)

by 아가다의 작은섬


감사랑합니다

글로 상담하는 상담사 아가다입니다


박웅현 작가의 『책은 도끼다』에서 추천된 책이라 한 번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다른 회원님도 같은 책을 추천해 주셔서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게 되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뭐지?’라는 의문이었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내가 기대했던 철학적이고 심오하며 난해한 문장들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그 점이 오히려 나를 당황하게 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네이버에 책 제목을 검색해 보았고, 그제야 이 책이 영미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또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책을 당연히 심오한 철학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는 순간부터 헤어짐에 이르기까지, 그 사이에 존재하는 사랑의 모든 장면들이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을 상실과 함께 살아간다. 붙잡고 싶었던 시간은 지나가고, 사람은 머물지 않으며, 관계는 언제나 조금씩 사라진다. 그럼에도 인간은 그 모든 순간을 사랑한다. 어쩌면 그래서 삶은 본질적으로 고통스럽고, 때로는 아픈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2025년에 유독 후회로 남은 사랑이 있다. 한 사람은 너무 사랑했기에 서운함이 남은 사랑이었고, 또 한 사람은 너무 미워했기에 아쉬움이 남은 사랑이었다. 사랑의 모양은 달랐지만, 두 관계 모두 끝내 놓아주지 못한 감정이 남아 있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왜 우리는 그냥 서로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66p)


서운함이 남았던 그 한 사람에게 나는, 어쩌면 나의 불안을 위로해 주고 격려해 주며 내 삶을 함께 살아주기를 바랐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 기대가 컸던 만큼, 그 관계의 끝에 내게 남은 감정은 사랑이라기보다 부끄러움과 수치심, 그리고 배신감이었다. 반대로 아쉬움이 남은 그 사람에게 나는, 제발 내 불안을 더 자극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분노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밀어냈고, 그 선택이 결국 또 다른 아쉬움으로 돌아왔다.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어쩌면 어떤 사랑은 아름답거나 고귀한 존재와 사랑의 동맹을 맺음으로써, 우리 자신과 우리의 약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충동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른다.'(259p)


사랑은 결국 나비 가운데 드문 색깔을 가진 종과 같아서 종종 눈에 띄기는 하지만 결코 결정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108p


그 사랑은 정말 상대를 향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불안한 나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나는 이제야 그 질문을 천천히 묻는다. 서운한 사랑이든, 아쉬운 사랑이든, 분명한 것은 나는 너희를 사랑했다는 사실이다. 너희로 말미암아 내 안에 존재하던 사랑을 만났고, 동시에 내 삶의 후회도 맛보았다. 그 모든 경험에 감사함을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서는, 너희가 남긴 배움을 선물처럼 간직한 채, 내 삶에서 이루어지는 사랑 안에서 조금 더 인내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 가라, 2025년의 서운한 사랑아.

잘 가라, 2025년의 아쉬운 사랑아.

너희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정영목옮김/영미소설/청미래/274p/2025.10.27


39p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쉽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이다


41p 침묵은 저주스럽다.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이불 다물고 있으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둘 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따분한 사람은 나 자신이 되고 만다


48p 나는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곧 나의 모든 개인적 특징들을 버리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55p 생각이란 판단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판단이라고 하면 무조건 부정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할 만큼 편집증적이기 때문이다


62p 스스로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고 확신하지 않는 경우에 타인의 애정을 받으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모르면서 훈장을 받는 느낌이 든다


64p 보답받지 못하는 사랑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고통스럽다. 자신 외의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초한 달콤 씁쓸하고 사적인 고통이다.


66p 어쩌면 어떤 사랑은 아름답거나 고귀한 존재와 사랑의 동맹을 맺음으로써 우리 자신과 우리의 약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충동에서 비롯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69p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우리가 똑같은 요구를 공유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답을 찾기를 기대했지만 우리 자신의 문제의 복사본만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71p 사랑이 보답을 받는 것이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을 어떻게 해치고 나아가느냐 하는 것은 자기 사랑과 자기혐오 사이의 균형에 달려 있다. 자기혐오가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의 보답을 받게 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는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자기 사랑이 우위를 차지하면 사랑이 보답받게 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수준이 낮다는 증거가 아니라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가 되었다는 증거임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77p 모든 순간의 사랑 이야기에는 이런 순간들이 있지 않을까 자신의 생각이 반영되기를 기대하면서 상대의 눈을 찾지만 결국은 불일치로 끝나 버리는 순간


77p 가장 사랑하기 쉬운 사람은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79p 그녀와 매일매일을 산다는 것은 외국 땅의 새로운 풍토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의 전통과 역사로부터의 이탈로 인한 혼란 때문에 이따금씩 외국 혐오에 젖어드는 것과 비슷하다.


83p 클로이의 초기 세계와 나의 초기 세계 사이의 모든 차이가 피곤했다. 그녀의 과거 이야기와 배경이 매혹적이기는 했지만 동시에 무시무시하고 개상해 보였다. 내가 그녀를 알기 전의 그 모든 세월과 습관들 그러나 그것도 그녀의 코의 모양이나 눈의 색깔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일부였다


86p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상대를 마음대로 살게 해 주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상대가 우리 더러 마음대로 살라고 허락한다면 그것은 보통 우리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94p 나와 클로이의 관계가 공포 정치 수준에 이르지 않았던(...) 다름 아닌 유머 감각이다


95p 웃을 수 없다는 것은 인간적인 것들의 상대성 사회나 관계에 내재된 모순 욕망의 다양성과 충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108p 내가 하려는 말은 언어 가운데 가장 모호한 것이었다. 그 말이 가리키는 것에는 안정된 의미가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은 결국 나비 가운데 드문 색깔을 가진 종과 같아서 종종 눈에 띄기는 하지만 결코 결정적으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115p 갑자기 내가 클로이를 사랑한다. 사랑하기보다는 마시멜로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나는 너를 마시멜로 한다고 말하자. 그녀는 내 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 같았다.


119p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평범함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 광기를 드러낸다.


121p 클로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지 않고 더 정확하게 내가 그녀에게서 무엇을 보느냐고 물었다


123p 마흔이 되면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어울리는 얼굴을 가지게 된다. 조지 오웰은 그렇게 썼다.


134p 함께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몰라도 함께 싫어하는 것을 욕하는 친밀함의 비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141p 어쩌면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낼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다는 것도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142p 어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깊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며 그 관심으로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스스로 더 풍부하게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147p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 자신에 대한 느낌은 달라진다. 우리는 조금씩 남들이 우리라고 생각하는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자아는 아메바에 비유할 수 있다. 아메바의 외벽은 탄력이 있어서 함경에 적응한다. 그렇다고 아말바에게 크기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자기규정적인 형태가 없을 뿐이다.


150p 어떤 눈도 우리의 나를 완전히 담을 수 없다. 우리 가운데 어느 부분은 절단당하기 마련이다.


182p 우리는 서로의 생존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다. 서로 파괴하려고 해 보았자. 소용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우리가 안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터였기 때문이다.


207p 모든 피침의 밑바닥에는 그 즉시 이야기를 했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질 수 있는 잘못이 놓여 있다. 그러나 상처를 받은 쪽에서는 나중을 위해서 좀 더 고통스럽게 폭발시키기 위해서 그 일을 속에 쟁여 둔다.


230p 저주의 핵심은 그 저주 아래서 괴로워하는 사람이 저주의 존재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259p 왜 우리는 그냥 서로 사랑할 수 없는 것일까?


267p 지혜와 지혜의 대립물 사이의 대립인데 지혜의 대립물이란 지혜를 모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옳다고 아는 것에 따라서 행동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서 우리가 현자가 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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