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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미상 Nov 18. 2021

묘연(猫緣)

고르게 오르내리는 작은 어깨를

조심히 손 이불로 감싸다가 깨닫는다

내 온 삶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

이토록 작고 고요한 너의 숨이었다는 걸


공허마저 외로운 어둠 속에서

잃을 길 없이 이끄는 너의 두 북극성

등 뒤에 나를 두고 걸을 때 조차

놓칠까 무심히 길게도 뻗은 너의 꼬리손


이렇게나 깊고 늦은 밤에야 깨닫지

어리숙하고 모자른 인간에게는 늘

완벽한 작은 존재를 붙여두어야 함을

신이 결코 몰랐을리 없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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