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
한 소녀가
작은 방에 앉아 밤을 새웠다
심지가 곧게 박힌 눈동자에
촛불처럼 일렁이는 심정을 보고
어둠조차 옆에 앉아
숨을 죽였다
소녀는 그 날
밤에게 말했다
나에겐
내일이 오는 것을 볼 두 눈이 있다
광장으로 곧장 갈 두 다리가 있다
태극기를 들어 올릴 두 팔이 있다
그럼에도
바칠 목숨이 둘 아닌 것이
못내 분하고
끝내 분해서
이 잠은 이룰 수가 없다
그 날, 밤은
소녀의 호된 침묵에 혼이 나
유난히 밝은 별로 울었다
소녀는
그 별에
소원을 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