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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미상 Mar 01. 2020

유일한 슬픔




백 년 전

한 소녀가

작은 방에 앉아 밤을 새웠다


심지가 곧게 박힌 눈동자에

촛불처럼 일렁이는 심정을 보고

어둠조차 옆에 앉아

숨을 죽였다


소녀는 그 날

밤에게 말했다


나에겐

내일이 오는 것을 볼 두 눈이 있다

광장으로 곧장 갈 두 다리가 있다

태극기를 들어 올릴 두 팔이 있다


그럼에도

바칠 목숨이 둘 아닌 것이

못내 분하고

끝내 분해서

이 잠은 이룰 수가 없다


그 날, 밤은

소녀의 호된 침묵에 혼이 나

유난히 밝은 별로 울었다


소녀는

그 별에

소원을 빌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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