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조카와 책읽기
드디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7월 3주 월요일
동생과 약속이 있어 동생네에 갔다. 동생과 제수와 점심을 먹고 들어가니 올해 고등학교를 들어 간 큰 조카가 방학식을 하고 일찍 집에 와 있었다. 점심을 먹으며 큰 조카의 시험에 대해 약간 이야기를 나누었던 터라 조심스레 큰 조카의 방 앞에서 들어가도 되는지 물었더니 조금은 이상하다는 듯 잠깐 바라보다 예의상 그러라고 마지못해 답을 해 주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다시 조심스레 혹 큰 아빠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다면 말하라고 하고 내가 좋아하고 또 가장 오래 꾸준히 해 온 책 읽기에 대해서는 분명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더니 조금 전의 의심의 눈빛과는 달리 아주 진지한 눈빛으로 질문이 있다며 이과를 지원해 대학은 경영으로 선택하려 했는데 이번 1학기 기말고사를 치고 나니 잘 한 건지 의문이 든다는 거였다. 국영수 성적이 전체적으로 잘 나오지 않았는데 국어 성적이 더 생각 외로 좋지 않았다는 거다.
드디어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생각했다. 그리고 2018년 고2부터 직장에 다니는 지금까지 책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또 다른 조카의 인스타글을 보여 주며 읽어 보라 했다. 조금은 긴 글에 당황하길래 천천히 읽어 보라 말하고는 조금 후 글이 어떤지 물었다. 잘 쓴 것 같다고 했다. 그 글을 쓴 조카와 고2부터 책 읽기를 시작했고 지금은 그 정도의 글을 쓸 수 있는 실력이 되었다고 말하고 내 인스타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국어 성적을 위해 같이 책을 읽어 보는 것은 어떤지 물었다.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의외의 답이었다. 웃으며 예의상 그러겠다고 대답을 할 거라 생각했었는데 진지한 얼굴과 분위기가 느껴져 놀랐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이 있냐 물었더니 '모순'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럼 다음에 만날 때는 그 책으로 책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하다. 어떤 이야기를 서로 하게 될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