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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nobody Sep 25. 2024

직딩조카와 책읽기

사회 심리학/로버트차 알디니/더글러스 캔릭/스티븐 뉴버그

9월 3주 금요일

조카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중학교 3년 그리고 고등학교 3년의 기간은 반복된다는 것과 지금 중학교 1학년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냐는 거다.
대입시험을 치고 며칠 뒤 이야기하고 싶다며 찾아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쾌 여러 번 했던 이야기다.

오늘 또 같은 질문을 했다. 지금 중학교 1학년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직장 1년 차는 자신의 영향력을 인정받기를 원한다. 마치 '미생'의 '장백기'처럼. 빨리 성과를 내고 싶고 상사가 나의 말에 귀 기울이며 나를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누구도 내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 지금을 부정하고 싶어 진다. 나의 질문에 조카의 대답은 기초를 다지겠다는 거였다.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것이 왜 중요한지 이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중학시절부터 고등학교까지 줄 곧 듣게 되는 이야기 중 하나가 국, 영, 수가 중요하는 거다. 그 시절에만 국, 영, 수가 중요할까? 직장생활에서도 국, 영, 수가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 서류와 씨름하게 된다. 계획서, 보고서, 이메일 등 모든 서류들은 글로 이루어져 있디. 내 생각을 글로 상대가 알 수 있게 써야 한다. 물론 상대가 쓴 글을 읽어내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직장 생활은 실전이다. 시험을 위한 읽고 쓰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읽고 쓰기가 이곳에도 필수이다. 심지어 형식도 갖추어야 한다. 상대를 이해시킬 수 없다면 그다음은 없다. 읽고 쓰기는 학창 시절보다 더 절실히 필요하다.

수학은 어떨까? 회사는 이익집단이다. 그러다 보니 숫자에 민감하다. 특히 숫자가 나타내는 의미들을 잘 이해하고 이해시켜야 한다. 그러다 보니 엑셀로 불리는 스프레드 시트 형식의 문서를 자주 쓰게 된다. 이 엑셀의 기본이 수식과 함수이다. 학창 시절 그렇게 힘들게 하던 함수가 이곳에서도 필요하다. 물론 수학을 '대수'로 한정시킬고 싶지 않다. '통계', '확률'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근 몇 년간 경제 관련 책을 꾸준히 읽으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사업을 시작하며 재무에 대한 지식을 알거나 알려 노력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 어쩌면 조카에게도 경제책을 읽히며 재무에 대해 지식을 전하려 하는지도 모르겠다.

'영어', 말해 무엇할까 싶다. 내 대학 생활의 목표는 외국어 3개 정도는 할 수 있게 하는 거였다. 대학을 졸업하며 사회로 나오며 생존도구로 외국어 만한 것이 없다 생각했다. 영어, 일어, 중국어 정도는 하고 싶었다. 지금도 가능하면 놓치지 않으려 하는 것들이다. 외국어 한 두 개 정도를    Native까지는 아니지만 여행 가서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한다는 건 삶의 질을 조금 더 올릴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들은 마치 시험 준비를 하면 쓴 '오답노트' 작성과도 같다 생각해 자주 조카에게 묻는 또 다른 질문이 '오답노트'는 만들고 있냐는 거다. 중고등시절 거의 매달 시험을 쳐야 했던 기억이 있는 내게 오답노트는 시험 당일 펼쳐 볼 수 있는 확실한 도구이자 도움이었다. 학창 시절에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오답노트는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였기에 조카에 오늘 또 물었다. '오답노트'는 쓰고 있냐고.

한 번 한 실수를 두 번, 세 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수는 한두 번으로 족하다. 그래서 실수의 경험은 득이 될 수 있게 이용해야 한다. 조카도 그러길 바라 본다.

오늘 조카가 일을 하며 자신이 급한지 알았고 무언가 한 가지가 잘 풀리지 않으면 그것에 붙들여 다음을 나아가지 못한다 말했다.

시험을 치기 전 선생님들께서 자주 해 주셨던 이야기가 있다. 시험을 치며 모르는 게 있으면 그 문제를 계속해서 붙들고 있는 것보다 다음 문제로 넘어가 아는 것부터 풀고 나서 시간이 남으면 다시 그 문제로 돌아와 풀라고 그렇지 않으면 시험지 내의 아는 문제조차 풀지 못하고 싶을 마쳐야 하는 경우가 있으니 한정된 시간을 잘 활용하라고. 직장 내에서의 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조카의 직무는 MD이다. Merchandiser, '상품 관련 책임자'라는 뜻이고 상품화 계획 또는 상품을 기획하는 일을 하는 직무이다. 계획 또는 기획하는 이들은 '전체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한다.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하더라도 전체를 이해한 후 부분을 다시 볼 때에 생기는 이점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한정된 자원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거나 해결해야 하는 작업에서는 그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이용하는가가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12시가 되어간다. 책 이야기에서 직장 이야기까지 꽤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다. 다음 주에 태국으로 여행을 떠나다고 캐리어를 빌려 달라 해 챙겨 집까지 데려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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