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서 보면 전부 다른 세계를 나는 조종사
각자가 사는 세계가 있다.
그 세계를 알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서로의 모습을 보게 되면 비로소 깨닫는다.
다 안 것은 아니지만, 참으로 다르다는 것을.
조종사도 모두 같은 조종사는 아니다.
어떤 조종사는 하루에 2시간을 조종하고, 어떤 조종사는 8시간을 조종한다.
8시간 내내 조종간을 붙잡고 있는 것은 아니다.
바다 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색 배경 아래에서 내리쬐는 햇빛을 받으며
지루한 시간을 버텨내는 것,
아마 그것은 정말로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조종사라면, 그는 조종사다.
작은 비행기를 조종하는 조종사는
20분 남짓한 비행을 반복하지만,
매번 다른 바람에 맞춰 내려야 한다.
비가 내릴 때면 프로펠러 뒤로 흩어지는 빗방울이
툭툭 튀겨지듯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그 순간의 비행을 즐긴다.
그 역시 조종사다.
우리나라 최고의 VIP를 태우고,
지시가 내려오면 그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며
흔들리는 난기류 속에서 어떻게든 기체를 제어하기 위해
조종간을 악착같이 붙드는 조종사도 있다.
그 역시 조종사다.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조종사’라는 말로 하나로 묶인다.
시차 적응을 위해 장시간 비행을 마치고 호텔에 들어와 쉬지만,
새로운 도시의 풍경을 즐길 틈도 없이
다음 비행을 위한 컨디션을 맞추느라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조종사도 있다.
한 번의 비행으로 생사가 오가는 순간을 지나며
손에 땀을 쥐고 조종하고,
헤드셋 안쪽 깊숙이 꽂히는
멘탈을 갉아먹는 말들을
다른 한쪽 귀로 흘려보내며 비행하는 조종사도 있다.
비행기 앞에서 찍은 멋진 사진으로 자신을 감싸지만,
실제로는 비행하는 날보다
서류 업무를 하는 날이 더 많고,
월급은 생각보다 훨씬 적은 조종사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조종사다.
환상 속의 조종사,
돈을 많이 벌고 멋진 비행만 하는
완벽한 조종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꿈이든, 그것이 전부가 될 수 있을까.
만약 전부가 된다면,
가진 기회에 감사하며
불평 없이 꾸준히 행복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멀리서 바라보던 조종사.
가까이에서 보면
다 같은 조종사 같으면서도,
분명히 다 다른 조종사다.